일본 정부의 비합리적인 선내 격리 조치 탓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환자를 양산하며 세계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는 지난 1일로 전 탑승자의 하선을 모두 마친 상태다. 3711명이 승선했던 이 배에선 확진자 706명에 사망자만 6명이나 나왔다.
일본 정부는 확진자가 배에 승선했던 이력을 확인한 뒤에도 3일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데 이어 탑승객 전원을 선내 격리 조치하는 비합리적 행보를 거듭하며 ‘병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마지막까지 하선자들을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토록 하는 등 이해하기 힘든 조치를 연발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는 일본 정부의 무대책과 ‘매뉴얼에 없는 사건’에 허둥대는 일본 사회의 약점을 부각하는 상징이 됐다는 평가다.
이 크루즈선은 1월 20일 요코하마 항을 출발해 가고시마, 홍콩, 오키나와 등을 거쳐 지난달 3일 요코하마 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1월 25일 홍콩에서 내린 80대 홍콩 남성이 지난달 2일 현지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지만 일본 정부는 지난달 5일까지 선내 검역·격리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선내에서 자유로운 일상 활동을 허용했다. 5일부터는 밀폐된 선내에 2주간 전 탑승자를 대상으로 선내 격리 조치를 내렸다.
이후 한 달 가까이 선내 밀폐된 공간에서 머무는 동안 감염자가 급증했다. 2월 중순 이후로는 매일 수십~백명이 넘는 확진자가 쏟아졌고 일본 정부의 조치에 대한 국내외 비판은 거세졌다. 전체 탑승자의 19.2%가 감염되는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이들의 검역과 격리, 이송 등의 작업에 참여하다 감염이 확인된 사람도 11명에 이르렀다. 결국 보다 못한 미국, 호주, 이스라엘, 한국 등에서 자국민 승선자를 전용기로 이송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코로나19 확진을 받아야만 하선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지자 일본 정부는 19일부터 음성판정자를 대상으로 단계적 하선을 허용했다. 하지만 하선자들에 대한 추가 격리나 검사조치 없이 일반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귀가토록 해 지역사회 감염을 촉진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하선 후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은 사례가 미야기현, 이바라키현, 지바현 등 일본 내 5개 현에서 발생했다. 하선작업은 지난 1일 선장인 이탈리아 국적 젠나로 아르마(45)를 포함한 131명이 내리면서 요코하마항 정박 후 28일 만에 완료됐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는 소독 작업과 선내 시설 정비 등을 마친 뒤 내달 29일부터 운향을 재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