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 지수가 4일(현지시간) 또 1000포인트 이상을 널뛰었습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다우 지수는 1173포인트(4.53%) 올라 포인트 기준으로 사상 두번째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4.22%, 나스닥은 3.85% 급등했습니다.
이들 지수는 아직 사상 최고치로부터는 8% 가량 떨어진 상태지만, 나스닥은 이날 연중 기준으로 다시 플러스로 돌아섰습니다.
오늘 랠리는 이른바 '바이든 바운스(바이)' 혹은 '슈퍼화요일 랠리'로 불립니다.
어제 치뤄진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텍사스와 남부주 등 10개주를 휩쓸면서 대의원 수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제쳤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이날 아침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까지 사퇴하면서 바이든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밴드 시장,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 의원 사퇴에 이은 것으로 이제 민주당내 중도파는 바이든 한 명으로 뭉쳤습니다.
민주당 전체로 보면 중도파의 표가 좌파(샌더스+엘리자베스 워런)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상황이 이렇게 전개될 경우 바이든이 민주당 최종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치 베팅사이트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바이든이 최종 후보로 지명될 확률은 60% 이상으로 커졌습니다.
부유세뿐 아니라 공영의료보험인 '메디케어 포 올', 셰일오일 채굴 금지, 월가 금융사 규제, 법인세 감세 원상복귀, 초대형 기술기업 규제 등을 추진해온 샌더스에 대해 월가는 크게 경계해왔습니다.
그가 집권한다면 기술 헬스케어 금융 에너지 등 뉴욕 증시의 주요 주식은 모두 타격을 입게됩니다.
반면 바이든은 중도온건파로 집권한다면 정책들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로 돌아가는 수준으로 보면 됩니다. 이날 주요 헬스케어 주식들의 주가가 10% 이상 폭등한 게 이를 대변합니다.
어제 남부와 서부주 상당수에서 경선이 끝나면서 이제 남은 곳은 대부분 중부 지역에 있는 보수적인 성향의 주들입니다. 이들은 반사회주의적 색채가 더 강합니다.
보수적인 남부를 바이든이 휩쓴 것처럼 이들 주에서도 바이든이 더 유리하다는 분석입니다. 바이든의 고향인 펜실베이니아도 남아있습니다.
이날 주가 폭등은 월가가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에 축포를 쏜 것일까요?
월가 관계자는 "월가가 환호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각종 도박사이트에서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이 올라갔지만,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은 그보다 더 높아졌습니다. 온라인 베팅사이트 '프리딕트잇'(PredictIt)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은 56%로 어제보다 3% 올랐습니다.
반면 바이든은 40%로 전날보다 1%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아즈워치(Odds Watch)에서도 트럼프 승리 확률은 57%, 바이든 승리 확률은 35%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바이든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에서 근본적 잘못을 저지른 장본인인데다 나이도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많다"며 "그동안의 토론에서도 여러번 실언을 한데다 토론 실력도 별로여서 트럼프와 붙어 이길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월가가 기뻐한 건 혹시라도 당선될 지 모를 샌더스를 미리 제거(?)했다는 것, 그리고 트럼프에게 손쉬운 상대인 바이든이 부상한 때문이라는 관측입니다.
어쨌든 슈퍼화요일 선거 결과는 전날 '전격적 금리 인하'란 실수(?)로 투자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던 미 중앙은행(Fed)을 사면시켰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뉴욕 증시는 바닥을 친 것일까요?
월가엔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이날 폭등에 대해서도 "바이든 부상이 이렇게까지 폭등할 이유인가"라며 놀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모든 문제의 근원인 코로나바이러스가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나쁜 뉴스가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라며 "널뛰기 변동성은 전염병이 사그라든다는 소식이 나오기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