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헤이즈의 곡에는 빠질 수 없는 실력파 프로듀서가 있다. 바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다비다. 다비가 만든 노래는 안 들어본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음원 차트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저 별', '비도 오고 그래서', '젠가', '쉬즈 파인(SHE'S FINE)' 등 리스너들의 감성을 저격한 헤이즈 노래에는 늘 다비의 손길이 더해졌다.
그렇게 다비에게 붙은 수식어 또한 '헤이즈 프로듀서'. 그러나 그는 노래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개성 넘치는 보컬로 감미롭게 풀어낼 수도 있는 싱어송라이터다. 2014년 '원트 유 백(Want You Back)'으로 데뷔한 다비는 지난 5일 첫 EP 앨범 '시네마(CINEMA)'를 발매했다. 열심히 곡을 만들며 음악적 역량을 자랑해왔던 그가 직접 자신의 연주와 목소리로 트랙을 채웠다.
'시네마'에는 동명의 피아노 연주곡을 시작으로 '세상 모든 게 다 너야', '시행착오(Feat.베이빌론·민아)', 타이틀곡 '날개(Angel)', '테디베어(Teddy Bear, Feat.권진아)', 끝을 장식하는 피아노 연주곡 '엔딩(Ending)'까지 총 6트랙이 수록됐다.
다비는 "앨범 제목이 '시네마'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들었을 때 마치 영화 한편을 본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어서 이러한 콘셉트를 정했다. 앨범 첫 트랙이 피아노 연주곡인데 도입부에 영사기 켜는 소리를 넣었다. 영화가 시작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같은 맥락에서 마지막 곡도 연주곡인데 쭉 감상한 후 마무리하는 분위기를 녹여 제목을 '엔딩'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네마'를 듣다보면 한 편의 로맨스 영화를 보는 듯, 곡의 흐름에 어울리는 이미지들이 머리 속에 맴돈다. 다비는 "이번 앨범은 나의 스토리가 담긴 영화다"라면서 "영화를 보면서 많은 분들이 스토리를 자신에게 대입해보지 않느냐. 내가 주인공인, 내 이야기로 된 영화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항상 내 경험을 기반으로 곡을 만들고, 완성시키기까지는 영화를 보면서 추가로 영감을 얻기도 한다. 그렇게 조금 더 극적인 요소들을 가미했다"면서 "사랑을 하고 있을 때보다는 이별했을 때 조금 더 영감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사랑을 하고 있을 때는 약간 게을러지는 것 같다. 이별을 하고 나면 굉장히 힘든데 그럴 때 내 감정을 쏟아내는 출구가 있다는 것이 참 좋다"고 덧붙였다.
인상적인 트랙은 시작과 끝 부분을 장식하는 다비의 피아노 연주곡이다. 재즈 알앤비 장르에 주력하고 있는 다비의 연주만으로 채워진 특별한 곡들이다. 부드럽고 편안하게 펼쳐지는 첫 트랙 '시네마'는 앨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편안한 몰입감을 주고, 마지막 트랙 '엔딩'은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처럼 잔잔한 여운을 감돌게 한다.
'시네마'에 피아노 연주곡을 2곡이나 넣은 이유를 묻자 다비는 "헤이즈의 앨범을 만들 때도 연주곡이 하나씩 들어갔다. 그때는 헤이즈가 연주곡을 만들어달라고 해서 만든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오롯이 나의 앨범이지 않느냐. 내 메인 악기가 피아노고, 앞으로 작곡하고 싶은 장르 또한 재즈 알앤비이기 때문에 연주곡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작할 때와 끝날 때의 느낌을 목소리 없이 내 연주만으로 여운을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타이틀곡 '날개'는 팝 재즈 알앤비 장르로 사랑하는 연인에게 모든 걸 바쳤는데 그걸 받고 떠나버려 결국 혼자 남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비는 "'날개'가 이번 앨범에서의 내 감성과 가장 잘 맞았다. 시간과 미래와 꿈을 다 상대에게 퍼주며 예쁜 날개를 달아줬는데 그걸 가지고 나와 함께 행복하게 날아다닌 게 아니라 더 먼 곳으로 날아가버렸다는 내용이다. 그 모습이 밉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름답기도 하다는 마음이 담겼다"고 전했다.
다비는 "항상 제일 최근에 완성한 노래가 가장 마음에 든다. 노래는 만들면 만들수록 발전하는 것 같다"며 '날개'를 현재 가장 마음에 드는 곡으로 꼽는 남다른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화려한 피처링진도 앨범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3번 트랙 '시행착오'에는 베이빌론과 민아가 참여했고, 5번 트랙 '테디베어'에는 권진아가 목소리를 더했다. 다비는 "권진아는 '테디베어'라는 곡을 처음 썼을 때 떠올렸던 사람"이라면서 "헤이즈 누나가 여자 파트 작사와 가이드 보컬로 참여해줬다. 같이 피처링 가수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권진아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권진아에게 SNS DM(다이렉트 메시지)도 보내고, 연락처를 수소문해서 여쭤보기도 했다. 정말 흔쾌히 응해줬다. 꿈이 이뤄진 셈"이라며 웃었다.
이어 "베이빌론은 처음 나왔을 때부터 너무 좋아하던 아티스트다. 지코랑 함께한 '보이즈 앤 걸즈(Boys And Girls)'에서도 목소리가 정말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같이 작업을 하던 중에 부탁했다. 흔쾌히 해주겠다고 하더라. 또 민아도 목소리를 좋아해서 따로 부탁을 했는데 바로 참여해줬다. 처음 생각했던 분들이 전부 피처링에 응해주셨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다비표 노래가 수많은 대중들의 선택을 받으면서 그는 프로듀서로의 능력을 제대로 인정 받았다. 그리고 이제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나'를 보여줘야 한다는 또 다른 숙제가 생겼다. 다비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음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곡도 쓰고 노래도 하는 싱어송라이터가 하고 싶었다. 그런데 음악을 만들다보니 프로듀서에 많은 매력을 느끼게 됐고, 프로듀서로서 일이 잘 풀리다 보니 병행하는 과정에서 나의 것에 집중을 많이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다른 사람한테 곡을 써준다는 것 자체가 대충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아티스트한테 중요한 노래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내 것을 할 때보다 더 영혼을 갈아서 만들게 되더라"면서 "하지만 이제는 나의 것에 더 많이 도전할 생각이다. 시작하는 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담감은 없다. 시작한다는 각오로 내는 첫 앨범이다"라고 밝혔다.
다비는 작업 과정을 떠올리며 "내 노래를 만들때는 온전히 나의 감정과 이야기를 담고, 스스로의 만족도만 집중할 수 있으니 편했다. 다른 아티스트의 곡을 만들 때는 그 가수의 마음에도 들어야 하고, 대중들도 더 듣기 좋게끔 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나와 내 팀원들에 초점을 맞췄다"고 전했다.
물론 프로듀싱, 작사, 노래까지 직접 혼자 하려니 힘든 부분도 있었다. 다비는 "두 곡 이상의 앨범을 만드는 건 처음이라 전체적인 콘셉트도 맞추고, 신경써야 할 것도 많았다. 이런 것들이 힘들긴 했지만 재밌게 작업했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다각도로 피드백을 받은 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번 앨범이 더욱 의미 있는 것은 CJ ENM 산하 레이블 스튜디오블루 소속이었던 그가 독립 레이블 올웨이즈를 설립하고 내는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큰 울타리를 벗어나 첫 발을 내딛은 다비는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며 "내가 나아가는 방향에 있어 많이 열려 있는 편이다. 내 음악을 하는 데 어떤 것이 더 좋은 행보일지 계속 고민했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여러가지 힘든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견뎌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작업을 하면서도 육체적으로 힘든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은 나의 음악을 하고, 우리 팀원들한테 더 집중할 생각이다. 자리가 더 잡히고 정리가 된 후에 마음이 맞는 아티스트가 생기면 그때 영입도 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곡을 쓰는 다비도, 노래하는 다비도, 음악하는 그의 모습은 모두 밝고 긍정적이었다. 다비는 "앞으로 주제가 확실히 나오고 내가 담고 싶은 내용들이 콘셉트로 정해지면 계속 앨범 단위로 음악을 낼 계획이다. 중간에 컬래버레이션 음원을 낼 수도 있겠지만 '시네마'는 2, 3까지 쭉 이어질 것 같다. 당시의 내 생각이나 감성이 '시네마'라는 타이틀에 계속 들어갈 것 같다"고 털어놨다.
재즈 장르를 기반으로 해외에서의 활동도 계획 중이었다. 해외 활동 역시 프로듀서와 싱어송라이터 양측으로 가능성이 넓게 열려 있었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그에게 프로듀서로서 가수 다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힘을 불어넣어주고 싶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프로듀싱은 기가 막히게 할 수 있어요. 음악에 대한 자신감은 항상 있습니다. 프로듀서로 열심히 잘해왔으니 싱어송라이터 다비로도 네 생각과 색깔을 노래로 잘 담아냈으면 좋겠다!"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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