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8두65088 판결 : 연금분할비율별도결정거부처분취소>
아이가 한 명 있는 부부가 20년간의 결혼 생활을 청산하고 2017년 9월 갈라서게 됐다. 남편과 아내는 각각 서로에게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요구하는 이혼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에서 조정이 성립됐다. 조정은 부부가 갖고 있던 아파트를 아내 소유로 하는 대신 아내가 자녀의 양육비를 부담하고, 남편에게는 1억7000만원을 주는 내용이었다. 조정의 조건에는 앞으로 서로가 이혼과 관련된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아내는 조정이 성립한지 두 달 뒤에 전남편의 국민연금공단에게 국민연금법 제64조의3에 따른 분할연금청구를 했다. 이에 대해 남편은 국민연금공단에 이혼 조정조서와 함께 자신의 국민연금법상 연금을 모두 본인이 수령하겠다는 ‘연금 분할 비율 별도결정 신고서’를 제출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이혼 조정조서에 남편이 요구한 연금의 분할 비율(남편 100%: 아내 0%)이 별도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통지했다. 남편은 공단을 상대로 연금분할비율별도결정거부처분취소소송을 제기했다.
◆1·2심 “전남편이 국민연금 수령권 전부 갖는다”
1심과 2심은,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 또는 심판에서 연금의 분할에 관하여 별도로 결정된 경우에는 그에 따른다는 특례조항(국민연금법 제64조의2 제1항)의 신설로 분할연금 수급권이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포섭되어 당사자가 그 분할비율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게 된 이상, 이혼 시 재산분할 과정에서 분할연금 수급권을 다른 부부공동재산과 달리 취급하여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이유로 하여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즉 이 사건 청산조항에 따라 원고의 연금 분할 비율이 100%, B의 분할 비율이 0%로 결정되었다고 보아 이 사건 거부처분을 위법하다고 보았다.
◆ 대법원은 “1·2심이 법리를 오해, 재판 다시하라”
[1] 국민연금법 제64조에 규정된 이혼배우자의 분할연금 수급권은 이혼한 배우자에게 전 배우자가 혼인 기간 중 취득한 노령연금 수급권에 대해서 연금 형성에 기여한 부분을 인정하여 청산·분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가사노동 등으로 직업을 갖지 못하여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배우자에게도 상대방 배우자의 노령연금 수급권을 기초로 일정 수준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이는 민법상 재산분할청구권과는 구별되는 것으로 국민연금법에 따라 이혼배우자가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직접 수령할 수 있는 이혼배우자의 고유한 권리이다.
[2] 원칙적으로 일정한 수급요건을 갖춘 이혼배우자는 국민연금법 제64조에 따라 상대방 배우자의 국민연금 가입기간 중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노령연금액을 균등하게 나눈 금액을 분할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다만 국민연금법 제64조의2 제1항(이하 ‘특례조항’이라 한다)에 따라 협의상 또는 재판상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절차에서 이혼당사자의 협의나 법원의 심판으로 연금의 분할 비율에 관하여 달리 정할 수 있다.
이는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개별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3] 이러한 국민연금법상 이혼배우자의 분할연금 수급권의 법적 성격과 특례조항의 내용과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하면, 특례조항에서 정한 ‘연금의 분할에 관하여 별도로 결정된 경우’라고 보기 위해서는, 협의상 또는 재판상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절차에서 이혼당사자 사이에 연금의 분할 비율 등을 달리 정하기로 하는 명시적인 합의가 있었거나 법원이 이를 달리 결정하였음이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이와 달리 이혼당사자 사이의 협의서나 조정조서 등을 포함한 재판서에 연금의 분할 비율 등이 명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재산분할절차에서 이혼배우자가 자신의 분할연금 수급권을 포기하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분할 비율 설정에 동의하는 합의가 있었다거나 그러한 내용의 법원 심판이 있었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
국민연금법 제64조 제1항은 ‘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인 자가 배우자와 이혼하였을 것(제1호), 배우자였던 사람이 노령연금 수급권자일 것(제2호), 60세가 되었을 것(제3호)의 요건을 모두 갖추면 그때부터 그가 생존하는 동안 배우자였던 자의 노령연금을 분할한 일정한 금액의 연금(이하 ‘분할연금’이라 한다)을 받을 수 있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분할연금액은 배우자였던 자의 노령연금액 중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균등하게 나눈 금액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한편 국민연금법 제64조의2 제1항은 “제64조 제2항에도 불구하고 민법 제839조의2 또는 제843조에 따라 연금의 분할에 관하여 별도로 결정된 경우에는 그에 따른다”(이하 ‘특례조항’이라 한다)라고 정하면서,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에 따라 연금의 분할이 별도로 결정된 경우에는 분할 비율 등에 대하여 공단에 신고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혼배우자의 분할연금 수급권은 재산분할청구권과 구별해야”
이혼배우자가 가지는 분할연금 수급권은 특례 조항에 따라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재산분할청구권과는 엄연히 구별되는 국민연금법상의 고유한 권리로서,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직접 수령할 수 있다.
이 권리는 단순한 재산권이 아니라 노령으로 인한 소득상실에 대비하는 사회보장수급권으로서 사회권적 성격을 농후하게 가지고 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일반적인 재산권과 같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는 권리이지만, 이혼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개별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재산분할절차에서 연금의 분할비율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원심이 이혼 시 재산분할 과정에서 국민연금분할수급권을 다른 부부공동재산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은 국민연금의 사회보장적 성격을 도외시한 것이어서 타당하지 않다.
이혼배우자의 분할연금 수급권이 국민연금법상 인정되는 고유한 권리임을 감안하면, 이혼 시 재산분할절차에서 명시적으로 정한 바가 없을 경우 분할연금 수급권은 당연히 이혼배우자에게 귀속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 사건 청산조항은 부부가 향후 상대방에 대하여 이 사건 이혼과 관련된 재산분할청구를 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으므로, 그 적용 범위는 어디까지나 이혼 시 재산분할 과정에서 누락되거나 은닉된 상대방의 재산에 관하여 이혼당사자 사이의 재산분할청구를 금지하는 것에 한정된다.
따라서 이혼배우자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자신의 고유한 권리인 분할연금 수급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서까지 이 사건 청산조항이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원심은 국민연금법상 분할연금 수급권의 법적 성격이나 특례조항의 적용과 관련하여 이 사건 청산조항의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 대법원의 판단이 타당하다.
▶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법학박사)- 고려대 법과대학 졸업
- 고려대 법학석사(민법-친족상속법) 전공
- 고려대 법학박사(민법-친족상속법)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