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 우려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까지 나오면서 올 들어 브라질 국채 수익률이 5% 넘게 떨어졌다.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 국채 가격은 올랐지만 환율 급등으로 현지 통화가치가 급락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신흥국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두 달 사이 -5.38%
4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10년 만기 브라질 국채를 보유한 국내 투자자들은 올 들어 2월 말까지 5.38%의 평가손실을 봤다. 만기와 판매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다른 증권사를 통해 브라질 채권을 매수한 투자자들도 1~7%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 가격은 상승했으나 환 변동이 불리하게 작용해 큰 폭의 손실을 봤다. 한국투자증권은 “2월 말까지 채권에서는 1.3% 수익이 났으나 환율에서 6.68% 정도 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채권은 헤알화 변동에 대한 환헤지(위험 회피)를 하지 않기 때문에 헤알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익률도 떨어진다. 지난해 말 달러당 4.01헤알이었던 헤알·달러 환율은 2월 말 4.50헤알로 12.22% 올랐다(헤알화 가치 하락). 여기에 원화 대비 헤알화 가치도 6.18% 하락하며 수익률 하락을 부채질했다.
브라질 개혁의 핵심으로 꼽히는 연금개혁법안이 의회를 통과했지만 헤알화 약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이 코로나에 따른 경기 위축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오히려 자금 유출로 이어져 헤알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투자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2월 말 기준 국내 브라질 국채 판매 잔액은 8조원(주요 7개 증권사 합계)이 넘는다. 헤알화 가치가 10%만 떨어져도 8000억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날리게 된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헤알화 환율에 따라 수익률이 급변하는 상황을 지켜보며 가슴을 졸이고 있다.
브라질 주식형 펀드도 위기를 맞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27.03%의 수익을 낸 브라질 펀드는 올 들어 2월 말까지 13.67%의 손실을 입었다. 같은 기간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9.92% 하락했다. 장중 1만 선이 뚫리기도 했다.
‘바닥 논하긴 아직 일러’
헤알화가 약세인 지금이 거꾸로 보면 투자 적기가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섣불리 바닥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저가 매수 타이밍으로 보기엔 어려운 점이 많다”며 “떨어지는 칼날을 잡기보다 헤알화 변동성이 완화될 때까지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있고,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력도 크지 않은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며 2%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질 것”이라며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헤알화 채권금리의 상승과 통화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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