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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큰 꿈을 갖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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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례행사처럼 여름과 겨울, 방학 기간을 이용해 3주간의 미국 출장길에 오른다. 행장은 단출하지만 짧은 일정 속에 미 동부와 서부를 아우르는 강연과 강의 스케줄이 빼곡하다. 이번에도 휴스턴 강연을 시작으로 매사추세츠공대(MIT), 하버드대에서 강의를 하며 많은 학생을 만나고 돌아왔다. 유학 시절에도 그랬고, 지금도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곳 학생과 우리나라 학생 사이의 확연한 온도 차에 놀랄 때가 많다.

생전 처음 보는 나에게 질문을 쏟아낸다. ‘왜 박사학위를 받았느냐, 전공은 무엇이 좋은가,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 것 같으냐, 실험에 대해 어떻게 조언해주고 싶냐…’ 등. 엔지니어로 살아온 나에 대한 궁금증부터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까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 반짝이는 눈빛에 홀린 듯 가능한 한 답을 해주지만, 그 자리에서 해결되지 않을 때는 이메일을 주고받기도 한다. 진짜 하고 싶어 못 견디는, 이 학생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자발성, 역동성, 생동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대화를 나눠보면 하나같이 이들에게는 큰 꿈이 있다. ‘이런 연구를 해서 인류에 기여하고 싶다, 이런 회사를 세워 몇 명을 고용해 지역사회를 발전시키고 싶다, 이런 벤처를 해서 어떻게 키우고 싶다’ 등 각자 자기가 가진 질문을 통해 개인을 넘어 사회와 국가 혹은 미래와 산업의 다양한 가능성, 기회와 만나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레 우리 학생들의 꿈을 들여다본다. 언제부턴가 젊은이들에게 당당하게 자리 잡은 ‘소확행’이라는 말을 떠올려본다. 물론 열심히 일만 하며 달려오다 일상의 작은 행복을 놓쳤던 산업화 시대를 지나 정보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이런 변화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는 하지만 한창 꿈 많을 젊은이들에게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자식이 고생하지 않고, 안락하게 꽃길만 걷기를 바라는 부모 세대가 모든 것을 지원하며 키운 양육방식과 교육의 결과라는 생각에 이르면 절망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미리 좌절’은 금지다. 아무리 시대가 달라졌다고 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오히려 옛날보다 더 기회가 많다는 데 희망이 있다고 할까. 본인의 창의력만으로도 승부를 볼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어쩌면 더 좋은 환경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 학생들이 진짜로 하고 싶어 못 견디는 꿈을 가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 공학기술이 발전할 수 있을까. 휴식은커녕 3주간의 빡빡한 출장길이었지만 돌아오는 발걸음은 활기차다. 새로운 꿈을 재충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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