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억울할 때가 있기 마련이다. 기업이나 정부 기관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당하기도, 갑질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안타까운 마음에 페이스북,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 분풀이를 해보지만 문제를 해결하긴 역부족이다.
리걸테크(법+기술) 스타트업 ‘화난사람들’의 잠재 고객은 억울한 사람들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법을 통해 세상과 싸울 수 있게 돕는다. 대표를 맡고 있는 최초롱 변호사(사진)는 서울고등법원 재판연구원 출신이다. 법조계에서 일할 때 느꼈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2018년 4월 설립한 화난사람들은 소송 플랫폼이다. 집단분쟁 조정, 국민고소·고발인단 모집, 탄원인 모집, 입법청원인 모집, 소송후원 등의 업무를 처리한다. 라돈 검출 의혹이 일었던 대진침대 소송을 비롯해 BMW 화재차량 피해자 소송, 대한항공 마일리지 사태 공정위 고발 등 40건의 사건이 이 플랫폼을 거쳤다. 지금까지 1만8000여 명이 이 플랫폼을 통해 소송과 고발에 참여했다.
기존 공동소송은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변호사가 인터넷 카페나 SNS를 통해 일일이 사람을 모아 자료를 우편이나 이메일로 받아 취합하는 게 첫 단계였다. 수집한 자료를 전산화해서 법원에 제출하는 작업도 만만찮다. 품만 많이 들고,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변호사들이 공동소송을 꺼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자료 정리가 간단해 진 게 가장 큰 변화다. 수천 명이 제출한 자료를 한 번에 법원에 제출할 수 있는 파일로 가공할 수 있다. 무통장 입금으로만 가능하던 수임료 수수 시스템도 신용카드 기반으로 바뀌었다. 참여자 서비스도 개선됐다. 플랫폼에 접속하면 소송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소풍과 매쉬업엔젤스에서 초기 투자를 유치한 화난사람들은 상반기 중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금은 변호사만 사건을 개설해 참여자를 모을 수 있지만, 일반인도 사건을 알리고 사람들을 모을 수 있도록 플랫폼을 확대하기로 했다. 간단한 법률상담이나 문의가 가능한 챗봇도 서비스할 예정이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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