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SNS 경쟁이 유튜브에서 인스타그램으로 확전되고 있다. 금리 경쟁력에서는 차이가 없는 반면 오픈뱅킹 영향으로 충성고객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이 고심 끝에 내놓은 전략이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중요 브랜드 전략으로 인스타그램 강화가 떠올랐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등은 자체 개발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웹툰을 정기적으로 연재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매일 인스타그램을 접속하는 이용자가 5억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돼 브랜드 홍보의 핵심 채널로 삼게 됐다”고 말했다.
매일 접속 5억 명 ‘황금 채널’
신한은행은 지난 1월 공식 인스타그램 채널을 전면 개편했다. 2016년 3월 인스타그램을 개설한 뒤 처음으로 운영 목적부터 콘텐츠 방향, 콘셉트 등을 모두 바꿨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재미있게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채널로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자체 캐릭터인 ‘쏠 탐험대(북극곰·두더지 등)’를 주인공으로 웹툰을 연재하는 게 대표적이다. 지난달엔 영화 ‘기생충’의 포스터를 패러디한 ‘기승전쏠’이란 콘텐츠로 화제를 모았다. 영화 포스터 속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잖아요’라는 카피는 ‘돈은 신한 쏠(모바일뱅킹)로 관리할수록 커지잖아요’로 바꿨다.
톡톡 튀는 콘텐츠는 국민은행도 뒤지지 않는다. 국민은행엔 ‘굳세어라 김계장’이란 대표 콘텐츠가 있다. SNS 담당자인 김 계장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4~6장의 사진 기반 웹툰으로 연재하고 있다. 휴일을 앞두고 퇴근을 대하는 바른 자세로 ‘초점 잃은 눈동자로 모니터 보기’ ‘괜히 화장실 들락거리기’ 등을 소개해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부터 인스타그램 전용 모델을 뽑아, 이 모델의 일상 사진을 연재하고 있다. 우리은행 인스타그램의 운영 지침은 ‘가장 은행스럽지 않게, 가장 SNS스럽게’다. 기업은행 인스타그램에는 ‘돌아이 끼언니’가 등장한다. 기업은행 본사가 위치한 을지로의 숨은 맛집을 데이트, 회식 등 주제별로 소개하기도 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친구가 올린 콘텐츠처럼 거부감 없이 소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팔로어 1위는 농협은행
은행 인스타그램계의 ‘팔로어 부자’는 농협은행이다. 국내 은행을 통틀어 가장 많은 55만5000명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농협은행 인스타그램은 ‘팔로 시 경품 증정’ ‘경품 퀴즈행사’ 등이 잦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팔로어 수 2위는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신한은행이 7만4500명으로 국민은행(7만3300명)보다 앞서 있다. 다음으로는 하나은행(3만6600명), SC제일은행(3만5800명), 기업은행(2만7800명), 우리은행(2만2200명) 등이다.
20~40대 브랜드 노출 효과 커
은행들이 인스타그램에 공들이는 것은 브랜드 노출 효과가 크다고 봐서다. 20~40대를 중심으로 각종 트렌드와 정보를 검색하는 채널로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빈도가 늘어나는 추세다. 브랜드 이미지를 쌓기에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분석이다.
해시태그(#)를 통해 특정 대상에 브랜드를 직접 노출하는 기능도 유용하다는 설명이다. 국민은행은 20~40대, 신한은행은 15~25세,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20~30세 여성을 겨냥하고 있다.
본격적인 저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은행들이 타행보다 금리 경쟁력을 갖기 힘들어진 것도 인스타그램에 집중하는 이유다. 금융소비자들이 높은 수익률을 얻지 못할 바에야 금융상품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게 각 은행의 과제다. 카카오뱅크가 성공한 것도 ‘캐릭터 체크카드’ ‘26주 적금’ 등 금융상품에 재미를 더한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을 타고 산업은행도 이달 공식 인스타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젊은 세대와 적극 소통하는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인스타그램 콘텐츠는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대형 플랫폼과의 협업을 기획 중이다. 하나은행은 사진작가, 여행작가 등과 협업해 감성을 자극할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했다. SC제일은행은 30대 직장인을 겨냥한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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