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이상 보유한 종목의 6개월 이내 단기매매 차익을 해당 기업에 반환하도록 한 규정(10% 룰)이 국민연금에는 적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국민연금이 사실상 ‘캐스팅보터’로 떠오른 상황에서 기업 경영에 대한 간섭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26일 정례회의에서 국민연금이 신청한 단기매매 차익 반환의무 면제 안건을 승인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상장회사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주요 주주가 주식 매수 후 6개월 이내 주식을 매각해 차익을 실현하면 이를 해당 기업에 반환해야 한다. 주요 주주가 경영진으로부터 얻은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부당 이득을 취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에서다. 다만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에 대해선 경영 참여가 아니라 단순투자 목적에 한해 예외적으로 이 같은 의무를 면제해줬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해 기관투자가의 지분 대량 보유 보고 제도(5% 룰)를 완화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5% 룰’ 완화로 과거 경영 참여 행위로 간주한 정관 변경, 배당·임원보수 관련 주주 제안 등이 ‘일반투자’로 낮춰지면서 ‘10% 룰’의 적용 범위도 그만큼 축소된 셈이다.
재계에서는 연기금이 1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경영 개입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이 1순위 타깃으로 꼽힌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한진칼에 대한 경영 참여를 선언하고 고(故) 조양호 당시 한진그룹 회장 측을 겨냥해 정관 변경을 시도했지만 대한항공에 대해선 그러지 못했다. 당시 국민연금의 한진칼 지분율은 7.34%에 불과했던 반면 대한항공은 11.56%로 10%가 넘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경영에 참여할 경우 반환해야 할 단기매매 차익을 100억원가량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올해 주총부터는 이 같은 ‘족쇄’가 풀리게 됐다. 이미 국민연금은 지난 7일 56개 상장사의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 지분율이 10% 이상인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24개다.
일각에서는 연기금이 이 같은 주주활동을 통해 얻은 미공개 정보를 불공정 거래에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이에 금융위는 연기금 운용부서와 주주활동 관련 부서 간 정보교류 차단장치(차이니즈 월)를 마련한 경우에만 10% 룰을 완화하겠다는 보완책을 내놨다. 그럼에도 재계는 “연기금 내 정보교류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느냐”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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