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분야에서 세상 변화를 실감하지만 신문사만큼 상전벽해인 곳도 드물다. 한 세대 전 원고지와 납활자 조판에서 지금은 웹 기반의 기사전송·편집·조판 시대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이 과정에서 문선공(文選工)이 사라졌고, 조판대는 컴퓨터로 대체됐으며, 두꺼운 스크랩북은 컴퓨터파일과 포털이 대신한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비약적인 발전이 신문사 풍경을 바꿔놓은 것이다. 취재기자들은 편집국에 자기 책상이 없고, 주로 외부에서 원격근무를 한다. 기자의 가방에는 원고지와 볼펜 대신 노트북PC, 스마트폰, 패드가 들어 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기술 발전만이 아니다. 요즘 코로나19 사태로 사업장 폐쇄(셧다운)가 잇따르면서 기업의 근무환경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서울 용산 LS타워에서 확진자 1명이 나와 4000여 명이 일하는 건물이 폐쇄되고, 인근 아모레퍼시픽까지 재택근무로 전환한 게 단적인 예다. SK텔레콤 KT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재택근무에 나선 기업이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
그래도 회사는 큰 지장 없이 돌아간다. 회사로 출근하지 않아도 IDC(인터넷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영상통화 등을 통해 어디서든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 변화를 코로나19가 새삼 일깨워준 셈이다. 발빠른 증시에서는 약세장임에도 원격근무, 온라인교육 등 ‘언택트(untact·비접촉) 관련주’가 강세다.
원격근무는 업무집중도 등 효율성이 여전히 논란이다. 최근 보수적인 일본 기업들 중에도 재택근무를 도입한 곳이 많다. 반면 원격근무의 원조인 IBM 등 미국 기업들은 되레 줄이는 추세다. 어떤 근무형태가 최선인지 정답은 없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국내에도 원격근무가 폭넓게 확산될 전망이다. 더 높고, 빨라지고, 밀집된 일터 환경이 감염 확산에 취약해 ‘언택트 근무’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그런데도 컨베이어벨트 공장에나 어울릴 정시 출퇴근, 주 52시간제 등을 모든 업종에 획일적으로 강요하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다.
페스트균이 중세를 무너뜨렸듯이, 전염병 유행은 크나큰 사회환경 변화를 몰고 온다. 4차 산업혁명 와중에 터진 코로나 사태가 근무형태를 어떻게 바꿀지 궁금하다. 이참에 선택근무, 책임근무 등 근무형태 유연화를 적극 권장할 필요가 있다. 그런다면 지옥철, 교통체증, 집값 문제를 푸는 부수효과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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