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 중국산 부품 공급이 끊긴 데다 수출 등 국내외 영업활동까지 제한되면서 어려움이 점점 가중되고 있다. 영세 제조업체들은 “이미 한계상황에 이르렀다”고 호소한다. 중소기업계에선 코로나19 사태가 3월로 넘어가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의 줄도산을 막을 수 없다는 우려까지 제기한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는 A사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중국의 한 회사와 500만달러 규모의 납품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중국 정부가 수출입 선적을 제한하면서 A사는 제품을 컨테이너에 넣어둔 채 속수무책으로 수출 재개만 기다리고 있다.
훗날 납품하는 것도 문제다. 반도체 장비 특성상 설치를 위해선 직원을 직접 파견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출길이 막히면서 은행과 협력사 등 자금 일정에 차질이 생겼고 현재까지 집계된 예상 피해액은 수십억원으로 추산된다. A사에 관련 부품을 독점 공급하는 B사 역시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피해는 소재·부품·장비 업체뿐 아니라 업종을 불문하고 중소기업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업체별로 피해 액수가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난이 현실화되면 소규모 협력사들까지 연쇄적으로 자금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코로나19 중소기업대책본부’를 출범시켰다. 위기 대응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기존에 운영하던 비상대응반을 격상했다. 중국 부품 조달 곤란에 따른 생산 차질, 판매 부진에 따른 자금난 등 피해 상황을 파악해 개선안을 정책당국에 전달할 예정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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