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金)테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경기 불황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금값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골드바’와 ‘골드통장’으로도 시중자금이 몰리기 시작했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하나·우리·농협 등 4개 은행의 지난달 골드바 판매금액은 29억3231만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전년 동기(25억742만원)보다 16.9% 늘었다.
금 관련 간접투자상품인 ‘금 통장’ 계좌와 잔액도 불어났다. 국민·신한·우리·농협 등 4개 은행의 ‘금 통장’ 잔액은 작년 1월 5304억원에서 지난달 5475억원으로 늘었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신한은행 금통장의 계좌 수는 지난달 15만 개를 넘었다. 2017년부터 줄곧 14만 개 안팎에 멈춰 있던 계좌 수가 몇 달 새 크게 늘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불황에는 역시 금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라며 “금값이 연일 오르는데도 ‘더 오를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요즘 금값은 그야말로 ‘금값’이다. 지난 21일 뉴욕상품거래소의 금값은 온스(31.1g)당 전일 대비 1.75%(28.30달러) 오른 1648.80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2013년 2월 8일 이후 약 7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국내 금값도 마찬가지다. 한국거래소 금시장의 금 현물 1g 가격은 21일 6만286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은행권에선 올 1분기 금 투자 상품에 몰리는 돈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안전자산을 찾는 수요가 급증할 거란 분석이다. 미국 씨티그룹은 향후 1~2년 내 금 가격이 온스당 2000달러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대표적인 금 투자 방식은 골드바를 사서 보관하는 것이다. 은행에서 골드바를 사면 4~7%의 수수료가 들지만 품질보증서를 받을 수 있다. 인터넷뱅킹으로도 구매 가능하다. 10g, 37.5g, 100g, 1㎏ 등 종류는 다양하다. 골드바를 주문하면 7영업일 뒤 받을 수 있다.
올 들어선 은행에서 취급하는 금 통장에 대한 관심도 높다. 계좌에 예금을 넣어두면 국제 금 시세에 따라 잔액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구조다. 은행이 고객 예금으로 직접 금을 사는 것은 아니다. 고객이 맡긴 돈을 외국은행이 개설한 금 통장 계좌에 달러로 예치한다. 수수료는 2% 안팎이다. 단 투자 차익에 15.4%의 이자배당소득세가 붙는다. 한국거래소를 통해서도 금을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 실물 보유 및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2월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