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인류의 역사를 질병과의 전쟁이라고 했다. 중국발(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퍼져 현재 30여 개 국가가 대응하고 있다. 사스나 메르스보다 치사율이 낮지만 전염률은 훨씬 높다.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전염성은 사스보다 15~20배 강하다.
다른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바이러스는 실외에서 자외선에 의해 쉽게 죽는다. 실내에선 다르다. 섭씨 20도(습도 40~50%)에서 최장 5일간 살아남을 수 있다. 환자와의 접촉은 물론 기침 등으로 나오는 비말(飛沫)에 의해 주로 전파된다. 최근 연구를 보면 공기 감염 가능성도 있다. 더 심각한 건 무증상 환자에 의해서도 감염된다는 사실이다.
직장이나 학교, 심지어 집안에서도 누가 감염돼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대구에서의 집단 감염이 대표적 사례다. 안타깝지만 한국은 현재 ‘지역사회감염 전파단계’로 접어든 것 같다. 환자가 얼마나 더 쏟아져 나올지 모른다.
확진 환자는 음압격리 시설에서 치료하는 게 원칙이다. 국내 음압시설은 총 1027개에 불과하다. 지역사회 전파를 조기 차단하지 못하면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보다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인명 손실은 물론 공포에 따른 경제적 타격과 사회심리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최근 검진 대상자 범위를 넓히고 검진기관 수도 늘렸다.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1~2일 소요되던 판 코로나 검진키트 사용을 중단하고, 6시간 만에 확진 판정이 가능한 새 검진 방법을 도입했다. 긴급사용승인(EUA) 제도를 통해서다.
이보다 중요한 게 있다. 정부의 발빠른 정책 결정이다. 코로나19의 확산을 야기하는 두 개의 통로를 막지 못하면 헛수고가 될 수 있다.
첫 번째 통로는 공항·항만 등 국경을 통한 유입이다. 이달 4일부터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했던 모든 외국인 입국을 금지했으나 지금도 하루 1만여 명이 중국에서 들어오고 있다. 이달 1~8일엔 매일 1만5000여 명이 중국에서 한국을 방문했다. 우한 또는 후베이성에 들렀으나, 여기서 출발한 직항기를 타지 않고 다른 도시나 제3국을 경유해 입국한 사람이 적지 않을 수 있다. 이들 중 감염자가 없었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2015년엔 외국에서 유입된 메르스 감염 환자가 한 명밖에 없었다. 다른 환자는 주로 병원에서 발생했다. 밀착 접촉자를 추적하는 역학조사가 용이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열감지 장치가 발달해도 현재 기술로는 무증상 입국자, 잠복기 환자, 해열제 복용자 등을 색출할 방법이 없다. 미국에서도 공항 입국자 중 열감지 장치로 탐색해낸 코로나19 감염자는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염자가 일단 국내로 유입되면 전국으로 흩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등처럼 중국발 모든 입국자를 일시 차단하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늦었지만 그게 최선이다.
두 번째는 자가 및 특수시설 격리자를 통한 감염이다. 지금 규정은 확진 환자 접촉자에 대해 자가 또는 특수 시설에서 격리하며 감염 여부를 관찰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 격리자에 대한 감시와 관리가 허술하다는 게 문제다. 오피스텔에 격리됐던 모 대학 중국인 유학생 100여 명이 격리시설을 벗어나 도심지를 활보하는 모습이 보도되기도 했다. 철저한 격리는 확산 방지를 위해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격리 대상자에 대한 감시·관리가 지금보다 대폭 강화돼야 한다.
두 개의 통로는 여전히 열려 있다. 코로나19는 이 통로를 통해 언제든 쉽게 퍼질 수 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한다. 과학적 접근법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정부의 과감한 정책 결정과 강력한 통제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코로나19의 전염성이 사스나 메르스보다 훨씬 강하다는 걸 꼭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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