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갈수록 확산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카드를 꺼내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나랏돈을 추가로 풀어 경제가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정부·여당의 논리다. 하지만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어디에 얼마를 써야 할지도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성급하게 돈만 풀었다가는 국가 재정만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편성작업 본격 시작
기재부는 ‘코로나19 추경’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512조원 규모의 ‘슈퍼 예산’을 운용하기 시작한 지 두 달도 안 된 상황에서 추경을 하는 건 너무 이르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3일 공개석상에서 “올해 예산안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추경을 논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여당과 청와대 역시 추경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지는 않았다.
추경 필요성을 가장 먼저 제기한 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었다. 여당이 추경 필요성을 제기하자 야당도 곧바로 화답했다. 나랏돈을 풀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과 산업을 살리자는 데 양당이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대통령의 ‘편성 지시’와 기재부의 ‘즉각 검토’에 이르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공장이 멈춰서고 마트·백화점·식당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마다 개점휴업하면서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일파만파 커지기 시작해서다. 결국 지난 23일 민주당이 정부에 추경 편성을 공식 요청한 데 이어 미래통합당이 맞장구를 치면서 추경 논의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정부 안팎에선 추경 규모가 5조~10조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지만 기재부는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편성된 추경 규모는 11조6000억원이다. 이 중 메르스와 직접 관련 있는 예산은 2조5000억원 안팎이었다.
추경에는 대구·경북 등 피해 지역과 관광 등 피해 업종 지원책이 포함될 전망이다. 오는 28일께 발표될 단기 대책에 더해 생산 중단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 기업에 대한 추가 지원책도 담길 전망이다. 당정은 코로나19 관련 중소기업 지원 대상에서 빠진 병원 등 의료기관에 한시적으로 중기 지위를 부여해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중소기업 지위를 부여받을 병원 등 의료기관의 구체적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졸속·정치 추경’ 지적도
문제는 급박한 일정에 맞춰 막대한 규모의 추경을 제대로 편성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 요구대로 3월 17일까지 추경예산안을 제출하는 건 무리”라며 “졸속·부실 추경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으려면 철저히 사업을 구상해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했다. 정부는 3조4000억원가량의 예비비와 기금운용계획 변경으로 마련한 재원을 어떻게 쓸지도 다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추경 재원을 빚을 내 조달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2017년에는 국세 예상 증가분(8조8000억원)으로, 2018년엔 2017년 예산을 쓰고 남은 세계(歲計)잉여금(2조6000억원)으로 주로 추경 수요를 메웠다. 지난해 추경 때는 적자국채를 발행해 대부분 재원을 충당했다.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작년 세계잉여금은 2조1000억원으로 2014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 중 법적으로 추경에 쓸 수 있는 돈은 일반회계에 남은 619억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성수영/오상헌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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