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2시40분 인천국제공항. 이스라엘 텔아비브국제공항에서 들어온 한국인 177명은 대부분 마스크를 썼지만 피로하고 지친 모습이었다. 전날 오후 2시30분께 인천을 떠난 이들은 텔아비브에 도착했지만 이스라엘 입국을 거부당했다. 한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위험국가라는 이유에서였다. 이들은 텔아비브국제공항에 두 시간여 머물다가 타고 간 비행기로 다시 인천으로 되돌아와야 했다. 이스라엘에선 자국에 머물고 있는 한국인 1600여 명의 출국을 금지하고 격리한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이스라엘이 한국인 입국을 금지한 것은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온 한국인 여행객 중 상당수가 코로나19 확진자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였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성지순례에 참여한 천주교 안동교구 신자 39명 가운데 1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감염경로는 알 수 없다”면서도 “국내에서 이미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말 전 세계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보다 한국에 더 주목했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CNN BBC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톱뉴스로 한국의 코로나19 관련 소식을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2일 한국 당국은 나흘 새 여섯 배 급증한 감염자 수를 보고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각국은 한국 여행에 주의를 촉구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스라엘에 이어 바레인은 한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미국은 22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로 격상했다. 한국이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하면 한국 여행금지나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가 내려질 수도 있는 비상 상황이 닥친 것이다.
미 국무부는 이날 “한국에서 코로나19의 지속적인 지역사회 확산이 보고됐다”며 한국 여행경보를 1단계 ‘일반적 주의’에서 2단계 ‘각별한 주의’로 올렸다. 자국민에게 “한국 여행 시 각별히 주의하라”고 경고한 것이다. 국무부 여행경보는 4단계로 나뉘며 상황이 악화되면 3단계 ‘여행 재고’, 4단계 ‘여행 금지’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이날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한국에 2단계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미 국무부와 CDC가 코로나19와 관련해 현재까지 2단계 이상 여행경보를 내린 곳은 중국, 홍콩, 마카오를 제외하면 한국과 일본뿐이다. 일본도 이날 한국과 함께 여행경보가 2단계로 높아졌다.
대만 보건당국도 이날 한국과 일본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로 높였다고 대만 빈과일보 등이 보도했다. 지난 20일 한국과 일본을 1단계 경보지역으로 편입한 지 이틀 만이다. 대만 보건당국의 여행경보는 1단계 ‘주의’, 2단계 ‘경계’, 3단계 ‘경고’로 나뉜다.
한국인 등 한국발 외국인의 입국을 차단하거나 입국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나라도 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런 나라는 총 13개국이다. 이스라엘, 바레인, 요르단, 키리바시(태평양 섬나라), 사모아, 미국령 사모아 등 6개국은 한국발 외국인 입국을 금지했다. 영국,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브루나이, 오만, 에티오피아, 우간다 등 7개국은 한국발 외국인 입국 절차를 강화했다.
외국 항공사들도 잇따라 한국행 항공편을 취소하고 있다. 타이에어아시아엑스는 지난 21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다음달 6~27일 예정돼 있던 한국행 항공편을 하루 3회에서 하루 2회로 축소 운항하겠다”고 발표했다. 태국 최대 항공사 타이항공도 한국 항공편을 일부 취소키로 했다. 이에 따라 인천과 방콕을 운항하는 TG688, TG689편은 운항이 중단됐다. 부산~방콕을 다니는 TG650, TG651편은 오는 27일과 다음달 5~6일 운항이 취소됐다. 이 회사는 다음달 28일까지 방콕~인천 노선의 운항 횟수를 하루 5회에서 4회로 줄일 방침이다.
필리핀항공 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인천~마닐라 노선을 다음달 31일까지 운항 중단하겠다고 공지했다. 부산~마닐라를 오가는 항공편은 주 7회에서 주 4회(화·수·토·일요일)로 감편한다.
워싱턴=주용석/베이징=강동균/이선아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