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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50척 운항 취소…코로나 암초 만난 세계 크루즈산업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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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크루즈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금까지 50여 척의 크루즈 여행이 취소되고, 일본 주요 항구에서는 200여 건의 기항 취소 사례가 나왔다. 세계 3대 크루즈 회사인 카니발코퍼레이션(프린세스 크루즈의 모회사), 로얄캐리비안 크루즈, 노르웨이지안 크루즈 라인 등의 주가는 올 들어 10~16% 하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폭풍에 휘청이는 크루즈 산업’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450억달러(약 54조5000억원) 규모의 세계 크루즈업계가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탑승했던 3711명의 승무원과 승객들은 2주 이상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선내에 코로나19 환자가 크게 늘면서 하선하지 못하고 일본 요코하마항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탑승객은 지난 19일부터 배에서 내리기 시작했으나 지금까지 69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감염자 가운데 세 명은 하선한 뒤 사망했다. 잰 스워츠 프린세스 크루즈 회장은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 누구도 휴가를 떠나면서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지금은 전례 없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2300여 명이 탑승했던 크루즈선 웨스테르담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일본, 대만, 태국 등 5개국에서 입항을 거부당한 채 2주가량 바다를 떠돌다가 13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 입항했다. 이후 배에서 내린 80대 미국 여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리서치업체 레드번의 알렉스 브리그널 애널리스트는 “바이러스가 곧 사라진다면 크루즈업계가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겠지만 바이러스가 유람선을 타고 아시아 밖으로 나간다면 그것은 매우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카니발, 로얄캐리비안, 노르웨이지안 등 3대 크루즈 회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모든 지역에서 예약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로얄캐리비안은 오는 4월 말까지 아시아 지역 운항을 취소해 올해 약 12%의 수익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크루즈 회사들은 승객에게 엄청난 배상금도 지급해야 한다. 예컨대 홍콩에서 출발하는 12일짜리 노르웨이지안 크루즈는 여행 취소에 대한 배상 비용으로 230만파운드(약 36억원)를 쓸 것으로 예상된다.

승객은 취소된 여행에 대해 환불받을 수 있지만 주요 크루즈 회사들은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상황에서 보상받을 수 있는 상업적 보험을 들지 않았다. 다만 선주클럽을 통한 상호책임보험에서 어느 정도 보상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크루즈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아시아 시장에서 크루즈산업은 빠르게 성장해왔다. 크루즈라인국제협회(CLIA)에 따르면 2013년 120만 명 수준이던 아시아 크루즈 여행객 수는 2018년 420만 명 규모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중국인이다.

크루즈 운항사들은 아시아 지역 선박 운항이 재개되기를 기다리면서 위생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대형 크루즈 업체들은 탑승 전 의무적으로 승객의 체온을 재기 시작했고, 중국 승객의 탑승은 금지됐다. 데이비드 핸들리 해양전문 변호사는 “가장 시급한 문제는 아시아에서 선박을 빼내오는 것”이라며 “그곳에 있을 필요가 없는 매우 비싼 자산을 어떻게 다룰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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