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자 서울시와 자치구들이 다수 인원이 밀집하는 구역에 대해 긴급 조치에 나섰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등 대규모 도심 집회를 금지하고, 약 3600개 사회복지시설을 임시 휴관하기로 했다. 자치구들도 선별진료소를 확대하고, 다중이용시설과 확진자 동선에 대한 방역을 강화했다.
“강행하면 경찰 협조 얻어 물리력 행사”
박원순 서울시장은 21일 시청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감염병에 취약한 어르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자 한다”며 “시민 운집이 많은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광화문광장의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법 49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집회를 제한할 수 있다. 집회 금지 조치를 따르지 않을 경우 해당 단체에 3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집회 금지 통보에도 집회를 하면 서울시 고발을 접수해 사법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범국민투쟁본부 등 매주 집회·시위 신고를 해놓은 10개 단체에 집회 금지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목사가 이끄는 범투본은 22일 낮 12시, 23일 오전 11시에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이들 단체가 집회를 강행하면 강제 해산에 나설 수 있는지에 대해선 서울시와 경찰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박 시장은 “일부 단체가 여전히 집회를 강행할 의사를 나타내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서울지방경찰청의 협조를 받아 물리력 행사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에 따르면 서울시가 아닌 경찰이 직접 해산에 나설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서울시는 소규모 집회는 허용하되 일정 수준 이상의 인원을 신고한 경우 원칙적으로 광장 사용 승인을 내주지 않을 방침이다. 광화문광장을 비롯해 서울시가 소유한 3개 광장 외의 대규모 도심 집회도 구청과 경찰의 협조를 얻어 제한할 계획이다.
서울 3601개 복지시설 임시 휴관
서울시는 노인복지관과 종합사회복지관 등 3601개 지역복지시설도 전면 임시 휴관한다. 노인종합복지관 36개소, 종합사회복지관 98개소, 경로당 3467개소다. 노인종합복지관은 지역사회 감염에서 벗어날 때까지 휴관을 무기한 연기한다.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돌봄서비스는 그대로 운영할 예정이다. 앞서 종로구는 20일 탑골공원을 폐쇄했다.
이날 확진자가 발생한 은평구는 선별진료소를 기존 2개에서 3개로 늘렸다. 중국인이 밀집한 구로구도 구로구보건소와 고려대구로병원에 이어 가리봉동 주민센터에 선별진료소를 한 곳 추가했다. 이날 기준으로 서울시 전체 선별진료소는 65개소다. 자치구들은 서울시내 355개 전통시장과 어린이집·복지시설의 방역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최근 서울시에서 급증하는 추세다. 이날 질본이 추가 발표한 감염자 4명을 합해 서울에서 발생한 감염자 수는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총 19명이다. 지난 16일 종로구에서 23번 확진자가 나온 뒤 21일까지 서울에서 확진자 9명이 발생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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