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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한진칼 분쟁]1년 전과 달라진 전선..KCGI에 '경영능력' 묻는 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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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2월18일(10:5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의 지주사 성격인 한진칼의 정기 주주총회가 내달 27일로 다가왔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연합('주주연합')은 지난 13일 조원태 현 한진그룹 회장 대신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을 전문경영인(CEO)으로 앉히자는 등의 주주제안을 내놨다. 양측은 주총까지 본격적인 공방전을 벌이며 소액주주 및 기관투자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제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9 KCGI : 지배구조 개선하는 '개혁가'

한진칼은 작년에도 이런 구도를 겪었다. 2018년 8월부터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한 KCGI는 2018년말 주주명부 폐쇄 시점 기준으로 한진칼 주식 10.71%를 갖고 있었다. KCGI는 당시 한진칼의 감사와 사외이사 후보를 각각 추천하고, 임기가 만료되는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사장도 교체하자고 했다. 아울러 사내이사의 보수 한도를 줄이고 감사의 보수한도를 늘리는 등 총 7개 안건을 제시했다.

조양호 회장 측과 KCGI는 주주제안의 법적 유효성 여부를 두고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내며 치열하게 다퉜다. 상법의 규정에서 충돌하는 부분이 있어서 서로 '동상이몽'이 가능했다. 1심에서 KCGI 측의 손을 들어줬던 법원은 2심에서 회사 측 주장을 받아들였고, KCGI의 주주제안은 효력을 잃었다.

주주제안에는 실패했지만 당시 KCGI는 골리앗에 대항하는 '다윗'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지배구조를 개선하자고 주장하고, 이른바 '오너' 가문의 일원들을 위해 기업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점을 지적했다. 땅콩 회항, 물컵 갑질, 불법 가사도우미 고용, 명품 밀수 등이 잇달아 공개되며 국민들의 한진가(家)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커졌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용하면서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행사해 강제 퇴진시켰다. 조 회장은 작년 4월 미국에서 사망했다. 상속 문제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채 갑작스레 사망한 조 회장의 지분 17.84%는 아내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2018년말 지분율 2.34%)과 세 자녀(맏딸 조현아 전 부사장(2.31%), 장남 조원태 현 회장(2.34%), 막내딸 조현민 한진칼 전무(2.14%)) 총 4명이 각각 나눠 갖게 됐다. 이 결과 4명의 현재 지분율은 5~6%대로 엇비슷하다. 가족 간 분쟁이 벌어지기 쉬운 구도가 된 것이다.



◆2020 KCGI : 경영권 확보가 목표

1년이 지난 지금, '전선'의 성격은 달라졌다. 조 전 부사장과 손잡게 된 KCGI는 경영권에 성큼 다가섰다. 조 회장 측이 확보한 지분은 33%대, KCGI 측이 확보한 지분은 32%대로 엇비슷하다. 5% 미만 공시되지 않은 지분 가운데 양측의 백기사가 얼마나 숨어있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국민연금과 국내외 기관투자가, 소액주주 등의 표심에 따라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조 전 부사장과 손잡은 이상 KCGI의 개혁가 이미지는 상당히 퇴색할 수 밖에 없다. 올해 주총에선 조 회장 측과 3자 연합 중 누가 더 회사 경영을 잘 할 것인가를 두고 양측이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기관투자가 및 소액주주들은 작년과 달리 KCGI를 비롯한 3자 연합을 '행동주의 사모펀드'가 아니라 '경영 주체'로서 판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원태 회장 측은 서울 송현동 부지 매각 등 회사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내용을 발표하며 먼저 공격을 시도했다. 송현동 부지 매각 등은 작년 주총 때에도 나왔던 내용의 재탕이다. 하지만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직의 분리 등 새로운 내용도 있었다. 특히 조 회장이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것은 KCGI 측의 제안을 선제적으로 받아들여 힘을 빼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누나인 조 전 부사장과 관련된 호텔 및 레저사업을 정리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돌아올 자리를 없애겠다는 뜻이다.



3자 연합은 지난 13일 주주제안을 내놓으며 조 회장 측의 공격을 받아쳤다. 3자 연합 측 제안의 핵심은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이다. 전문경영인 도입은 KCGI의 오랜 주장이었던 데다 조 전 부사장에게 덧씌워진 '땅콩회항'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털어내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꼭 필요한 결정이었다.

3자 연합이 김 전 부회장 외에 사내이사로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사장(전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장)을 추천한 것도 '항공사 경영을 잘 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주려고 노력한 흔적이 뚜렷하다. 하지만 이런 안배는 빛을 보기도 전에 꺾였다. 대한항공 출신 김 전 상무가 18일 갑작스레 사퇴하고 현 경영진을 지지한다고 선언하면서 3자 연합의 이사 후보들이 '준비된' 사람들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이들은 또 이사회의 독립성과 권한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은 정관 변경을 주장했다. 횡령 배임 등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이사 자격을 제한하자거나, 성별 다양성 규정을 신설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전자투표를 도입하며, 사외이사 중심의 보상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등의 약속을 내놨다.

◆경영권 다툼, 한진그룹에 '새옹지마' 될까

양측의 싸움에 대해 일단 회사 내부 기류는 현 경영진 측을 더 지지하는 분위기다. 17일 한진칼 대한항공 (주)한진 3개 노동조합이 공개적으로 3자 연합에 대한 반대 성명서를 낸 것이 대표적이다. 성과급이나 복리후생 등 구체적인 '당근'을 제시할 수 있는 현 경영진과의 막후 거래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조 회장에겐 도움이 될 수 있는 요인이다.

반면 3자 연합은 경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큰 취지는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경영하겠다는 그림이 아직 뚜렷하게 그려지지는 않는 중이다. 내달 27일까지는 아직 한달 이상 시간이 남아 있다. 이 기간 동안 '경영자'로서 KCGI를 비롯한 3자 연합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소액주주 및 기관투자가들의 표심이 달라질 전망이다.

'누가 더 경영을 잘 할 것인가'에 대한 공방전은 어떻든 한진그룹 전체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 재계 관계자는 "몇 년 후에는 지배구조 및 주주 친화 정책 등에서 한진그룹이 '베스트 프랙티스'로 꼽힐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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