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방선거에서 극우 성향 정당과 야합한 사실로 대내외적인 비판을 받고 있는 독일 집권 여당인 기독민주당(CDU)의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대표(사진 왼쪽)가 사임했다. ‘포스트 메르켈’ 시대를 이끌 것으로 여겨졌던 인물이 돌연 사퇴하면서 독일 정계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0일 독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CDU는 성명을 통해 “크람프카렌바워 대표가 CDU 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며 “CDU 후보로서 출마하려던 내년 연방 총리 선거에도 나서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크람프카렌바워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후계자’로 불리던 인물로, 2018년 메르켈 총리가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연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투표를 통해 CDU 대표로 선출됐다. 내년 메르켈 총리의 임기가 끝나면 크람프카렌바워가 차기 독일 총리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앞서 지난 5일 독일 튀링겐주 의회에서 열린 주 총리 선거 결과가 크람프카렌바워가 사퇴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당시 CDU가 밀던 토마스 켐메리히 자유민주당(FDP) 후보가 총리에 선출됐지만 선출 과정에서 CDU 의원들과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소속 의원들이 공모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졌다. CDU는 AfD를 ‘나치 정당’으로 규정하고 이들과의 협업을 금기시하고 있다.
크람프카렌바워의 사임이 예견된 일이었다는 관측도 있다. 크람프카렌바워는 CDU의 지지율이 낮아지면서 최근 메르켈 총리와의 불화설이 불거졌다. 당시 메르켈 총리는 “크람프카렌바워 대표가 총리직을 맡기에는 다소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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