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어려움에 처한 협력사에 2조6000억원을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긴급 물자를 조달하는 협력사의 물류비용도 부담하기로 했다. 협력사들이 우한 폐렴 사태로 조업을 중단하거나 부품 조달에 애로를 겪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삼성은 중소 협력사를 돕기 위해 2조6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9일 발표했다. 1조원의 운영자금을 협력사에 무이자, 저금리로 대출해주고 1조6000억원 규모의 2월 물품 대금을 조기 결제하기로 했다.
자금 지원에 참여하는 계열사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물산 등이다. 이들 회사의 1차 협력사뿐 아니라 2·3차 협력사도 지원 혜택을 본다.
이와 별도로 삼성전자는 협력사가 부품과 자재를 신속하게 공급·조달하기 위해 배송 방식을 차량이나 선박에서 항공으로 전환하면 물류비용을 실비로 지원하기로 했다. 기존 물류 외에 우회 경로나 대체 물류 방안을 개발해 협력사에 제안할 방침이다. 협력사가 원자재 구입처를 다변화하면 부품 승인 시간과 절차를 단축하고 관련 컨설팅도 해줄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협력사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는 ‘협력회사 지원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2·3차 협력사까지 지원…부품조달 애로 해소해
삼성 계열사 피해 차단삼성이 9일 2조6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중소 협력사에 지원하기로 한 것은 삼성의 부품 생태계가 붕괴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인해 협력사가 조업을 중단하거나 부품 조달상 애로를 겪지 않도록 도와 삼성 계열사들로 피해가 확산되는 일을 예방하려는 목적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런 결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지난달 말 일찌감치 협력사 지원 계획을 세웠지만, 자금 지원 외에 물류와 부품 조달 같은 세부적인 지원 항목을 추가하면서 결정 시기가 조금 늦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이 대규모 협력사 지원 자금을 비교적 단기간 내 조달할 수 있는 이유는 상생펀드와 물대(물품대금)지원펀드라는 협력사 지원 프로그램 덕분이다. 삼성은 2010년부터 상생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협력사의 기술 개발비나 시설 투자비, 운영자금 등을 저리로 대출해주는 프로그램이다. 2조4000억원 규모로 조성됐으며, 삼성의 1차 협력사뿐 아니라 2·3차 협력사도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협력사 수가 많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2017년 물대지원펀드를 추가 조성했다. 1·2차 협력사에 최대 2년간 무이자로 대출해준다. 이 자금을 받은 1·2차 협력사가 하위 협력사에 30일 내 현금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은 상생펀드와 물대지원펀드에서 1조원을 융통해 협력사에 운영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삼성 계열사들이 이달 중 협력사에 지급할 물품대금 1조6000억원을 조기에 결제하는 방식으로 협력사를 지원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우한 폐렴’을 비롯한 감염병을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행동 가이드라인’을 협력사에 제공하기로 했다. 중국에 진출한 협력사에는 마스크와 손세정제, 체온계 등도 공급한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