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가 3만 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도 560명(6일 0시 기준)을 넘었다. 빠른 속도로 감염자가 늘고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걱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국내 확산과 인명피해를 막는 ‘방역 걱정’이고, 둘째는 우한 폐렴 사태가 몰고 올 ‘경제 걱정’이다. 첫째 걱정은 방역의료 전문가들의 몫이고, 둘째 걱정은 경제 전문가들의 몫이다. 이 둘 중 무엇이 우선일까? 인본주의자와 진보주의자는 물론 성장주의자 혹은 경제 만능주의자라 할지라도 경제보다는 인명보호, 완벽방역에 우선순위를 둘 것은 자명하다. 그런 점에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강력한 방역조치를 주문한 대통령의 주문도 옳고, 정부당국의 혼선과 부족함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언론도 백번 타당하다.
당국의 치사율에 대한 혼선, 접촉자 수와 확진자의 동선(動線)에 대한 혼동, 중국인 입국 거부에 관한 갈팡질팡 행보는 질책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런 비본질적인 문제를 비난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릴 뿐 전혀 온당치 않다. 대표적인 예가 우한 폐렴 확산 와중에 총리 역할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정세균 국무총리에 대한 일부 집단(친문세력으로 보도)의 집중 공격이다. 방역과 관련한 국무총리의 부족함이 있으면 그것을 구체적으로 지적해 개선하면 되는 것이고, 그래도 고쳐지지 않으면 그때 가서 책임을 물으면 된다.
또 다른 예는 일부 야당의 비판이다. 제1 야당 대표는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늑장대응과 부실대응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당의 원내대표는 뒷북대응마저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고 퍼부었다. 늑장대응과 부실한 뒷북대응, 허둥지둥 대응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정도로 부족함이 있었던 것도 맞다.
문제는 그다음에 나온 말이다. 우한 폐렴에 따른 불안감이 우리 경제와 민생을 마비시키고 있다거나, 마스크 대란 공포가 온 국민을 엄습하고 있다거나, 우한 폐렴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넘어 21세기 최악의 재앙이 되고 있다는 주장은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정치 선동처럼 들린다.
2003년 사스 사태 때는 중국 경제 성장률이 2002년 9.1%에서 이듬해 10.0%로 오히려 올라갔다. 한국 민간소비 증가율도 2003년 3분기에 -1.1%로 떨어지긴 했지만 3월 발생한 이라크 전쟁, 카드사태 직후 가계신용 축소 및 2차 북핵위기(2002년 10월 4일) 등에 의한 복합적 요인 탓이지, 전적으로 사스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 국내에서만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2015년 2분기 메르스 사태 때도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경제성장률은 오히려 상승했다. 소매판매액지수만 6, 7, 8월 석 달간 다소 떨어졌을 뿐인데, 이것도 곧바로 회복됐다. 따라서 사스나 메르스 사태를 근거로 내세우며 우한 폐렴 사태로 한국 경제와 민생이 마비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어도 지금까지 전개된 사태 추이로 볼 때 과도하다고 할 수 있다.
차라리 야당의 전문가 인적 자원을 동원해 정부가 대응에 부실하고 또 못하는 방역안전 부문을 메워주는 일에 더 적극적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야당이 전면에 나서서 우한 교민 격리 수용을 반대하는 지역주민을 설득한다든지, 학생들이 만들어 올린 확진자·감염자 동선 지도를 전국적 규모로 더 정확하게 개발하도록 지원한다든지 하면서 위생방역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그리고 피해를 본 유통업자들을 위한 대책도 서둘러 내놨어야 했다.
본질을 벗어난 지적이라는 비판은 대통령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중국의 어려움이 바로 우리의 어려움으로 연결되므로 중국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핵심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정치와 경제, 외교를 모두 고려한 ‘삼중(三重) 포석’이라고들 표현했지만 지금 당장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나 외교, 경제가 아니라 국민 한 명 한 명의 보건안전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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