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는 한국투자공사(KIC)가 지난해 15%가 넘는 투자수익률을 거둬 202억달러(약 23조4000억원)를 벌었다. KIC는 대체투자를 늘리는 가운데 신기술 벤처기업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연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무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최희남 KIC 사장(사진)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각국 중앙은행의 완화 정책 등 투자 기회를 활용하고 자산배분도 적극 실시한 결과 15.39%의 수익률을 거뒀다”고 밝혔다. 2018년에는 글로벌 증시 폭락 등으로 -3.66% 수익률로 51억달러 손실을 봤지만 지난해 이를 만회하고 남는 실적을 거둔 것이다.
KIC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보유한 외화를 위탁받아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국부펀드다. 작년 말 기준 1573억달러(약 185조4000억원)를 운용하고 있다.
부문별로 지난해 주식(전체 자산 중 투자비중 40.8%), 채권(35.5%) 등 이른바 ‘전통자산’ 투자를 통해 16.62%의 수익률을 올렸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 가운데 뉴욕 증시가 잇따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사모펀드(PEF), 부동산, 인프라 등 대체투자(비중 15.6%)를 통해서는 9.02%의 수익을 거뒀다. 최 사장은 “지난해 대체투자 자산은 전년 대비 14% 늘어난 245억달러에 달했다”며 “위험 분산과 안정적 장기 수익 창출을 위해 대체자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IC는 올해 중 ‘벤처기업의 요람’이라 불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무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최 사장은 “지금까지 KIC의 해외 거점은 주로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싱가포르 등 금융 중심지에 머물렀다”며 “앞으로는 대체투자에 특화된 전초기지를 선점해 나가겠다”고 했다.
국내 ‘금융산업 동반성장’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주식·채권과 해외 대체투자에 국내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활용을 확대해 국내 금융사들의 글로벌 투자 역량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소를 고려하는 시스템도 강화한다. 지난해 말 전통자산 투자에 ‘ESG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한 데 이어 지난달 대체자산 투자에도 ESG 요소 검토를 강화하기로 했다.
최 사장은 “글로벌 자문기관을 활용해 해외 기업 주주로서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의 원칙)에 따른 의결권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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