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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업 자금조달로 번진 'C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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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 2월 5일 오후 3시51분

대한항공이 3억달러(약 3400억원) 규모 해외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연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퍼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안 심리가 커진 여파다. ‘코로나 쇼크’가 산업 현장에 이어 기업 금융시장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당초 이달로 예정했던 해외 영구채 발행을 미루기로 했다. 이 회사는 기존에 발행한 영구채(약 7000억원어치)가 올 들어 속속 조기 상환 시점을 맞는 데 대비해 새 영구채 발행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우한 폐렴 확산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발행 여건이 악화되자 불가피하게 자금 조달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

금융시장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이후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졌다. 이로 인해 비교적 신용위험이 높은 신흥국 채권과 변제 순위가 뒤로 밀리는 영구채 및 후순위채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아·태 지역 기업의 신용등급 하락 위험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산업은행 등 이달을 목표로 해외 채권 발행을 준비 중인 대부분 기업이 수요예측(기관투자가 대상 사전청약)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한 채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올 상반기에 갚아야 할 해외 채권 규모는 135억달러(약 16조200억원)에 달한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우한 쇼크'에 해외채권 발행 꽉 막혀…기업 상반기 16兆 상환 '비상'

대한항공이 해외 영구채 발행을 연기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에 따른 충격이 기업 자금조달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중국산 부품 공급 차질로 제품 생산 중단 사태가 이어지는 산업계에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우한 폐렴이 잦아들 때까지 해외 자금 조달줄이 막힐 것이란 우려에 기업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냉각된 해외 채권시장

우한 폐렴이 발생한 지난달 말 이후 신흥국 채권 투자심리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코로나 쇼크’가 글로벌 경제 성장세를 둔화시킬 것이란 불안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와 금, 은 등 안전자산 가격이 일제히 급등했다. 반면 투자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신흥국 채권에 대한 관심은 떨어졌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지난달 중순 1.16%포인트까지 좁혀졌던 아시아 투자적격등급(신용등급 BBB-~AAA) 회사채와 미국 국채 간 금리 격차(스프레드)는 이달 3일 1.2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신용등급 BB+ 이하인 하이일드(고위험·고수익) 회사채 간 격차는 더 큰 폭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4.36%포인트에서 5.21%포인트로 커졌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신용도가 낮은 기업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조달길 자체가 막히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새 영구채 발행을 준비해왔다.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금리가 크게 뛰는 기존 영구채를 갚기 위해서다. 하지만 우한 폐렴 사태가 찬물을 끼얹었다. 글로벌시장에서 하이일드 등급으로 평가받는 대한항공으로선 치솟은 금리가 안정을 되찾기 전까진 영구채 발행을 재개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한 폐렴이 4~5월에야 잠잠해질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대한항공의 영구채 발행 시기는 두 달 이상 미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감염위험 커진 홍콩시장 변수

아시아 금융허브로 통하는 홍콩이 우한 폐렴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도 국내 기업의 해외 자금조달 환경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 전역에 걸쳐 폐렴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홍콩 현지 기관투자가들은 감염 사태를 막기 위해 임직원에게 휴가 또는 재택근무를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국계 증권사의 기업금융 담당 임원은 “홍콩에서 투자자와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회사들은 줄줄이 홍콩 기업설명회(IR) 일정을 취소하고 있다. 다음달 코스닥시장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KT 계열 디지털 광고대행사 플레이디와 화장품 소재 기업 엔에프씨는 홍콩 IR을 콘퍼런스콜로 대체하기로 했다.

채권 발행을 계획 중인 기업 부담도 더욱 커졌다. 한·일 무역분쟁으로 사무라이본드(외국 기업이 일본에서 발행하는 엔화채권) 발행시장이 막힌 상황에서 홍콩 시장까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대체 자금조달처 역할을 하는 일본과 달리 홍콩은 한국 기업들이 주식 및 채권을 발행할 때 해외 투자수요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시장이다.

주식발행에도 적신호

IPO 등 주식발행시장(ECM)에도 파장이 미치고 있다. 엔에프씨는 공모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오는 10~11일 수요예측(기관투자가 대상 사전청약)을 진행해 이달 코스닥시장 입성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수요예측 시기를 이달 말로 2주일가량 연기했다. 우한 폐렴 사태로 증시가 조정받아 전반적인 투자 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IB업계에서는 주요 기업이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고 상장 시기를 확정짓는 다음달 말까지 사태가 지속되면 주식 발행을 통한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우한 폐렴 사태가 지속되면 중국 수출이나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IPO 시기를 연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진성/이고운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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