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정부가 경기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말부터 경기 부진이 완화되는 추세였지만 우한 폐렴 여파로 다시 경기가 꺾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각각 한국 경제 성장률을 0.1%포인트, 0.3%포인트 끌어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사스는 중국의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을 위축시켜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에, 메르스는 관광·음식·숙박업 등 내수산업에 직접 타격을 줬다.
우한 폐렴은 수출과 내수 두 분야에 복합적으로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31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우한 폐렴의 확산 정도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연간 0.1~0.2%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경제가 일시 회복했다가 다시 침체 국면에 들어서는 ‘더블딥’ 현상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생산·소비·투자 지표는 지난해 내내 부진하다가 11~12월 회복세를 보였다. 이 지표가 다시 고꾸라지면 경제심리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전보다 침체의 늪이 깊어질 수 있다.
정부는 우한 폐렴으로 인한 경기하강 대응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잇따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시나리오별 영향을 분석하고 정부 대응방안을 준비 중이다. 관련 비용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대신 올해 예산에 편성된 2조원 규모의 예비비에서 지출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여당이 기획재정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기 부양을 위한 추경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염병 유행과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대외 여건 악화에 대응하려면 추경 편성 외에 쓸 수 있는 카드가 마땅찮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기재부는 추경 편성을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필요하다면 추경을 긴급 편성해서라도 미세먼지를 줄이라”고 지시하면서 5조8000억원 규모의 ‘미세먼지·경기대응 추경’이 편성됐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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