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한국 소비자가 에이스침대를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안성호 에이스침대 사장은 최근 몇 년간 건설 경기 침체와 내수 시장 불황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비결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그는 “지난해 실적에 대해 최종 회계감사가 진행 중”이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사전 공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사전 공시 대상은 매출과 손익 30% 이상 변동 기업이다. 강경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으로 지난해 이사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것을 감안하면 ‘어닝서프라이즈’로 평가할 만하다.
‘라돈사태’ 후 고급 침대에 대한 수요, 수면의 질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 확산 등이 실적 호전 배경이 됐다. 이 같은 반사이익에 더해 1963년 창립 이후 반세기 이상 한 우물만 파온 에이스침대의 ‘내공’(제품 및 서비스 경쟁력)이 본격 빛을 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 사장은 산업의 본질이 ‘편안한 수면’ 추구이지만, 그 접근 방식에선 에이스침대와 여타 글로벌 기업들이 다르다고 했다. 침대를 소모품으로 보느냐, 내구재로 보느냐의 차이다.
그는 “에이스침대의 제품 경쟁력은 침대를 내구재로 여기는 깐깐한 한국인 눈높이에 맞춰온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에이스침대의 매트리스 평균 수명은 10~12년으로, 해외 유수 제품의 7년에 비해 길다고 했다.
안 사장은 대학 졸업 후 에이스침대에 입사해 10여 년의 경영 수업을 거쳐 2002년 대표에 취임했다. 창업주 안유수 회장에 이어 19년째 ‘침대명가’ 가업을 잇고 있다. 시몬스침대를 이끌고 있는 동생 안정호 사장과는 선의의 경쟁 관계다.
부친은 회장 직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경영 전권을 안 사장에게 맡긴 지 오래다. 그나마 안 회장이 마지막까지 챙긴 분야가 광고였다. 안 회장에게 ‘침대는 과학이다’란 26년 전 광고의 임팩트가 워낙 강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안 사장은 2014년 독자 스프링(하이브리드 Z 스프링·사진)을 개발해 글로벌 특허를 낸 것을 최고의 혁신 사례로 꼽았다. “21세기에 독자적인 스프링을 개발한 회사는 에이스가 글로벌 시장을 통틀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창립 57주년을 맞은 에이스침대는 국내에서 단일 업종으로 ‘센트리클럽’을 향해 가는 몇 안 되는 기업이다. 100년 기업의 토대를 만드는 일은 안 사장의 과제다. 그는 “인구 감소와 매트리스 교체 주기 등을 감안하면 침대는 성장하는 시장이 아니다”면서도 “씰리 시몬스 등 100년 기업 중 침대회사가 많다”고 에둘러 자신감을 나타냈다.
손성태 중소기업부 부장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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