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와 토스 등 핀테크(금융기술) 업체의 증권업 진출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증권업계가 그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막강한 가입자를 기반으로 투자 및 자산관리 시장을 갉아먹으며 ‘메기효과’를 가져올지, 아니면 자본력이 핵심인 금융투자업계에서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평가는 엇갈린다.
증권계좌 개설하면 연 5%
30일 핀테크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계열 카카오페이는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앞두고 증권계좌를 개설하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카카오페이에 따르면 기존 선불전자지급수단(카카오페이머니)을 바로투자증권의 증권계좌와 연계한 고객은 오는 4월 30일 바로투자증권으로부터 연 5%의 이자를 지급받을 수 있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이 1년 만기 정기예금에 각각 연 1%대, 2%대 초반의 이자를 얹어주는 것을 감안하면 주식을 사고파는 용도의 계좌에 연 4.2%가량의 세후 이자를 지급하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카카오페이머니를 증권계좌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마련한 프로모션”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출범할 카카오증권(가칭)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5일 정례회의에서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인수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최종 의결할 계획이다.
증권업계에도 ‘메기효과’ 나올까
송금 기반의 핀테크 업체인 토스는 지난해 말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전환우선주(CPS)로 바꾸는 작업을 마쳤다. 토스증권 출범을 위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준비하려는 목적이다. 국내 1위 핀테크 전문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성장한 토스 플랫폼을 주식·채권 투자로 연계하겠다는 게 목표다.
업계에선 1000만 명이 넘는 활성사용자를 확보한 카카오페이와 토스의 막강한 플랫폼 위력을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한금융투자가 지난해 토스와 제휴해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고객 수십만 명을 단숨에 확보한 사례에서 보듯이 핀테크 플랫폼의 위력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리테일 이미 포화상태” 신중론도
증권업계에선 카카오페이가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 자산관리(WM) 및 리테일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분야에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바로투자증권은 카카오페이에 인수된 이후 리테일 관련 인력을 40여 명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투자증권 관계자는 “기존 인력은 투자은행(IB) 사업을 진행하고 신규 인력을 중심으로 카카오페이와 공조해 리테일 쪽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는 3000만 명 넘는 잠재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며 “어떤 증권사도 갖지 못한 가입자라는 자산을 주식 서비스 사용자로 전환해 실적으로 연결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카카오가 짧은 시간에 증권업계를 뒤흔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주식 투자자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데, 경쟁사 고객을 뺏어오기 위한 수수료 경쟁도 포화 상태여서 카카오페이가 제공할 수 있는 ‘당근’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수익성 확보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리테일 수익은 대부분 수수료가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용융자에서 발생한다”며 “투자자들에게 빌려줄 자본을 확보해야 하는데 카카오페이는 적자 상태인 만큼 바로투자증권에 대한 증자 등을 통한 자본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범진/김대훈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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