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전 세계 제조공장의 ‘엔진’이 멈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보기술(IT)·제조기업이 몰려 있는 상하이·쑤저우시 등 중국 지방정부가 각 기업에 “춘제 연휴 기간에 가동을 멈춘 공장의 재가동을 다음달 9일까지 늦춰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산업계에서는 다음달 10일을 중대 고비로 보고 있다. 다음달 10일 이후에도 공장 가동이 불가능해지면 전 세계적으로 연쇄적인 공급망 붕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 도요타자동차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지방정부의 요청으로 다음달 9일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우한 폐렴의 확산 속도를 보면 다음달 10일 이후에도 공장을 가동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많다.
부품사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올 1분기(1~3월)에 광저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공장 가동을 시작하려 했던 LG디스플레이는 중국 출장을 전면 중단한 데 이어 출장자와 파견자, 주재원 가족을 단계적으로 철수시키기로 했다.
중국 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와 같은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스마트폰, TV, 전기차 등 전 세계 완제품 생산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게 된다. 당장 이날 중국 산둥성의 전선 제품 생산 회사가 다음달 9일까지 공장을 멈추기로 하자 쌍용차도 부품 부족으로 다음달 4일부터 12일까지 평택 공장 생산라인을 멈춰 세우기로 했다.
LG화학은 중국 난징 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해 중국, 유럽 등지에 있는 자동차 회사에 납품한다. 중국의 물류 시스템이 붕괴되면 한국의 원자재가 중국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되고, 유럽 전기차 업체들도 배터리를 공급받지 못해 공장을 멈춰야 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통상 30일치 정도의 재고를 보유한다”며 “우한 폐렴 사태가 길어지면 전 세계 산업계에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도 “지금은 한·중 항로의 카페리선사들만 운항을 중단하고 있지만 사태가 악화돼 화물선까지 끊기면 물류 대란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에서 완제품을 수입하는 구조여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해 중국과의 교역액은 2393억달러였다. 지난해 한국의 최대 수출 국가는 중국이고, 중국은 전 세계 국가 중 한국 제품을 가장 많이 수입했다.
고재연/김재후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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