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대 스포츠 이벤트로 불리는 미국프로풋볼(NFL) 플레이오프 결승전 ‘슈퍼볼’과 반세기 가까이 같은 기간 열려온 골프대회가 있다. 30일 밤(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 스코츠데일의 TPC스코츠데일(파71·7261야드)에서 개막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웨이스트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이하 피닉스오픈·총상금 730만달러)이다.
피닉스오픈은 PGA투어는 물론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많은 갤러리를 모으는 ‘메가 이벤트’로 유명하다. ‘고성과 야유’가 허락되는 자유분방한 관전 문화로 골프를 넘어 지역을 대표하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입장객 수는 2017년 60만 명을 넘어서더니 2018년엔 70만 명을 돌파했다. 대회 주최 측은 입장객 수에 너무 많은 관심이 쏠린다며 지난해부터 집계하지 않고 있지만, 올해도 가뿐히 70만 명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한다.
슈퍼볼과 맞짱 승부
슈퍼볼이 열리는 이른바 ‘슈퍼볼 위크’는 타 종목엔 기피대상 1순위다. 어떤 대회가 열려도 슈퍼볼이 ‘블랙홀’처럼 모든 뉴스를 빨아들인다. 피닉스오픈은 1973년부터 올해까지 반세기 가까이 ‘슈퍼볼 위크’에 대회를 열어 정면승부를 하고 있다. 1979년과 1996년, 2002년, 2010년엔 불가피하게 일정을 조정했으나 방송사 중계 문제와 ‘9·11 테러’ 등으로 일정이 변경됐을 뿐이다.
주최 측은 지난해 피닉스오픈 개최로 발생한 경제효과가 3억9000만달러(약 4620억원)에 달한 것으로 분석했다. 외신들의 분석도 이와 비슷하다. 이는 1억달러로 알려진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의 네 배에 달한다. 매년 6억달러(약 7107억원)의 경제효과를 내는 슈퍼볼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피닉스오픈 인기는 골프를 알지 못해도 즐길 수 있는 관람 문화에 있다. ‘콜로세움’으로 불리는 16번홀 파3홀이 대표적이다. 2만 명이 들어차는 이곳에선 관중들이 마음껏 소리를 지르고 술을 마셔도 된다. 평소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선수들도 분위기를 즐기며 관객의 함성을 유도한다. 골프 팬이든 아니든 여기선 중요치 않다. 미국골프채널은 “피닉스오픈에 오는 관람객 중 절반 이상은 버디와 티샷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골프 문외한’”이라고 했다.
욘 람 세계 1위 도전
이번 대회는 한국 선수들에게도 인기다. 최경주(50), 강성훈(32), 안병훈(28), 이경훈(29), 노승열(29), 김시우(24), 임성재(22) 등 7명의 한국 선수가 이번주 출전했다. 올 시즌 최다 출전이다.
가장 관심받는 선수는 임성재다. 임성재는 올 시즌 9개 대회에 출전해 모두 커트 통과했고 준우승 한 번을 포함, 세 번 ‘톱10’에 들었다. 이번 대회에서 톱10을 넘어 PGA투어 첫 우승에 도전한다. 지난해 피닉스오픈에 처음 출전하고도 공동 7위를 기록할 정도로 코스에 대한 자신감도 높다.
욘 람(26·스페인)의 세계랭킹 1위 등극 여부도 관심사다. 미국 골프위크는 “욘 람이 이번주 우승을 차지하면 37주 연속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브룩스 켑카를 밀어내고 새로운 1위로 올라서게 된다”고 보도했다. 욘 람은 “언젠간 이루고 싶었던 목표이지만 우선 매 샷에 집중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PGA투어 인기 선수 중 한 명인 리키 파울러(32·미국)는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그는 지난해 이곳에서 투어 통산 5승째를 거둔 후 아직 우승을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PGA투어 홈페이지는 파울러가 욘 람과 마쓰야마 히데키(28·일본), 저스틴 토머스(27·미국)에 이어 네 번째로 우승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