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중국에서 거액을 받고 연구해온 사실을 미 정부에 숨겼다가 전격 체포됐다. 미 정부는 중국이 대학에서 최첨단 연구 성과를 빼돌리고 있다는 우려에 기술 스파이를 색출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하버드대 화학·생물학과장인 찰스 리버 교수(60)는 중국의 인재 영입 프로그램인 ‘천인계획(千人計劃)’에 참여하고 중국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받은 사실을 숨긴 혐의로 이날 자신의 연구실에서 매사추세츠 연방검찰에 체포됐다.
나노과학 권위자인 그는 미 국립보건원(NIH) 등으로부터 1500만달러 이상의 자금을 받아 바이오 나노 센서 등을 개발해왔다. 하지만 NIH 등이 외국과의 연구협력에 대해 질의했을 때 참여한 프로그램이 없다고 거짓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리버 교수가 중국 우한공대로부터 매달 5만달러를 수령했으며, 생활비 명목으로도 최대 15만8000달러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 중국 대학에 연구소를 설립하는 명목으로 174만달러를 지원받았다. 리버 교수는 그 대가로 연간 몇 달씩 우한공대에 체류하며 박사과정 학생들을 지도하고 우한공대 명의로 특허를 신청하거나 논문을 발표했다.
천인계획은 중국 정부가 해외 우수 인재를 유치해 첨단과학 기술을 육성하고자 2008년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이를 위해 해외 과학자들에게 높은 연봉과 주택, 의료 혜택 등을 제공한다. 하버드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기소 내용이 매우 심각한 만큼 연방정부와 협력하고 자체적으로도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이날 보스턴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연구 문서와 정보를 중국에 보낸 혐의로 예옌칭 중국인민해방군 중위를 기소했다. 예 중위는 기소 직전 중국으로 도주했다. 앤드루 레링 보스턴 연방검사는 “미국의 기술을 빼돌리려는 중국의 계속적인 시도를 대변하는 작은 사례”라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하버드대에서 중국인 의대생인 쩡자오 씨가 연구용 시료가 담긴 유리병을 양말에 숨겨 중국으로 반출하려다가 체포됐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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