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31일 유럽연합(EU)을 탈퇴해도 한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은 당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연내 영국과 EU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결과에 따라 한국 기업의 대(對)유럽 수출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한국 기업들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국회는 지난해 10월 본회의에서 한·영 FTA 비준 동의안을 의결했다. 양국 정부는 지난해 8월 22일 영국 런던에서 FTA 협정문에 공식 서명했다. 양국 FTA는 영국이 EU 관세동맹을 탈퇴하면 자동 발효된다.
영국은 브렉시트를 단행한 뒤 올해 말까지 전환(준비)기간을 거쳐 2021년 1월 1일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서 탈퇴할 계획이다. 한·영 FTA 발효 시점은 이때부터다. 노딜 브렉시트(영국의 아무런 합의 없는 EU 탈퇴) 여부와 관계없이 한·영 FTA는 발효된다. 전환기간뿐 아니라 영국의 EU 관세동맹 탈퇴 이후에도 영국에 상품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의 관세 부과 및 인증 방식은 지금과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주(駐)영국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브렉시트가 영국 투자를 원하는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가 EU 외 국가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인 규제 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선 한국과 일본이 대표적이다. 영국은 EU 회원국 중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한국의 교역 상대국이다. 2018년 기준 양국 간 교역 규모는 131억달러(약 15조4000억원)에 이른다.
올해 말까지로 예정된 전환기간에 영국과 EU가 FTA를 체결하지 못하면 EU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적잖은 타격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환기간엔 유럽 어느 지역에서 영국으로 수출하더라도 EU 역내 수출로 인정받는다. 관세를 부과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영국이 전환기간에 EU와의 FTA를 타결하지 못하면 EU에서 영국으로 수출할 때 관세가 부과된다. KOTRA 런던지사 관계자는 “동유럽에 법인을 세워 공장을 보유한 한국 기업이 EU에서 생산한 제품을 영국으로 수출할 경우 관세 부과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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