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대학가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으로 비상등이 켜졌다. 춘절(중국 설)을 고향에서 지낸 중국 학생들이 다시 한국으로 입국하면서 이들을 매개로 우한폐렴이 퍼질 가능성을 우려해서다. 수도권 주요 대학 한국어학당들은 잇따라 임시 휴강에 들어갔다.
28일 서울대 언어교육원은 이날 하루 우한폐렴으로 인해 모든 한국어 수업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연세대 한국어학당과 경희대 국제교육원도 이날 하루 휴강을, 고려대 한국어센터는 29일까지 수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한양대 국제교육원의 경우 31일까지 수업을 잠정 중단한다. 서강대 한국어교육원과 성균관대 한국어학당도 각각 30일, 31일까지 휴강한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이번 주 경과를 보고 다음 주 수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학들이 일제히 한국어학당 임시휴업에 나섰지만 국내 학생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중국 춘절 연휴가 끝나는 시점인 30일 이후부터 중국 유학생들이 본격적으로 몰려들것으로 예상돼서다. 방학동안 자국으로 돌아갔던 유학생들이 신학기 수업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연휴 이후 중국 학생들의 입국이 잇따를 예정이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인 유학생(학부와 대학원 포함)은 총 7만1067명이다. 이중 상당수는 수도권 주요 대학들이 차지하고 있다. 경희대가 3839명으로 가장 많고, 성균관대가 3330명으로 뒤를 이었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각각 2833명, 1772명을 기록했다. 이들 유학생들이 한꺼번에 한국에 돌아올 경우 방역망에 구멍이 뚫릴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중국인 유학생들의 귀환을 앞두고 각종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25일 고려대 학생커뮤니티인 ‘고파스’에서는 우한 출신 고려대 중국 유학생이 “한국에 돌아와 침을 뱉고 다니겠다”고 올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진이 올라왔다. 학생들은 “경악스럽다”, “당장 한국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서울대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서도 “외국인 기숙사에 등록된 중국 학생들부터 전수조사 해야한다”는 주장들이 나왔다.
대학들은 중국 유학생들에 대해 “우선 경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모든 중국 유학생들을 잠재적인 감염자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어학당 학생들에 대해서는 우선 교육부 권고에 따라 휴강하는 등의 조치를 내렸다”며 “본교에 등록한 학생들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나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아직 없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