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하나만 믿다가 '미투'에 모두 나가떨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발표한 영입인재 2호 원종건 씨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논란이 불거진 후 하루 만에 영입인재 자격을 반납하고 총선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원 씨는 "미투는 사실이 아니다"면서도 "논란이 된 것만으로도 당에 누를 끼쳤다. 그 자체로 죄송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총선 불출마로 빠르게 상황을 정리하려 하지만, 포털 검색만으로도 간단하게 나왔던 미투 폭로 글들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인재 영입과 검증 과정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투 폭로가 있기 전에도 원종건 씨의 포털 연관검색어가 '미투'였기 때문. 2017년에 작성된 원 씨에 대한 미투 글도 검색 몇 번으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다른 20대 청년들과 다른 스펙이라곤 학창시절에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이 전부인데 뭘 믿고 영입한 것이냐"는 날 선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원종건 씨는 2005년 방송된 MBC '느낌표'의 '눈을 떠요' 코너에서 시청각장애인 어머니와 함께 출연했다. 원 씨는 심장 질환을 안고 태어난 여동생이 스웨덴으로 입양되고 아버지는 간 경화로 세상을 떠난 뒤, 장애인 어머니와 기초생활수급비로 살아가는 일상을 공개했다.
이후 어머니 박 씨는 '느낌표'를 통해 모금과 각막을 기증받아 개안 수술을 했다. 이후 여러 단체에서 후원 의사를 밝혔지만 이를 사양했고, 박 씨는 지금도 폐지를 수거해 모은 돈을 복지시설에 기부하는 등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원 씨를 영입할 당시 민주당 측은 "원 씨는 50차례 이상 헌혈을 하고, '벙어리장갑 호칭 개선 캠페인'을 벌이며 적극 봉사하고 있다"며 "어머니와 함께 사후 장기 기증도 서약했다"고 소개했다.
또 "청각장애인과 수어통역사를 연결하는 앱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인정받으며 2015년 삼성행복대상 청소년상을 받았다"며 "2016년에는 대한민국 인재상과 서울시 청년상을 각각 수상했다"고 전했다.
원 씨는 민주당 영입인재로 발표되기 전까지 이베이코리아 기업홍보팀 소셜임팩트 담당으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 씨는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내려 놓고 총선에 도전하는 이유에 대해 "장애를 가진 한 가난한 여성이 어린아이를 홀로 키우며 살아가기 쉽지 않았지만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고 살 수 있다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큰 힘이 됐다"며 "어머니께 그런 분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했더니 어머니는 '세상이 널 키웠다. 이제 네가 세상에 효도해라'고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원 씨에 대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언론에서 말하는 이른바 '이남자(이십대 남성)'"라며 "지난번 영입 인사인 최혜영 교수는 '희망'이었고, 원종건 님에게는 '미래'라는 말을 꼭 전해 드리고 싶다"고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방송 출연을 통해 알려진 미담 이미지는 '미투' 폭로로 한 달 직격탄을 맞았다.
처음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여성 A 씨는 "원 씨의 전 여자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동의하지 않는 성관계를 강요받았고, 가스라이팅으로 정신적인 학대를 받는 등 데이트 폭력 피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신체 이곳저곳에 든 멍 사진과 당시 지인, 원 씨와 주고받은 모바일 메신저 대화 내용을 캡처한 이미지를 공개했다.
이에 원 씨 측은 A 씨에 대해 "한 때 사귀었던 여자친구"라고 인정하면서도 "올라온 글은 사실이 아니다"고 미투 의혹을 부인했다.
그렇지만 "제가 민주당에 들어와 남들 이상의 주목과 남들 이상의 관심을 받게 된 이상 아무리 억울해도 남들 이상의 엄중한 책임과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게 합당할 것 같다"며 "명예로운 감투는 내려놓고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가겠다"고 총선 불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민주당 역시 "사실관계 확인 후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당 성일종 원내대변인은 "만약 (폭로한) 이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면, 원 씨는 여성을 성 노리개로밖에는 여기지 않는 파렴치한"이라며 "민주당은 즉각 원씨 영입을 철회하고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석고대죄하라"고 비난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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