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이 2019년 결산배당 규모를 속속 확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8년까지 2년 이상 적자를 냈는데도 지난해 초 대규모 결산배당을 한 기업들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적자 기업들은 배당하지 않거나 최소화하는 경향이 있지만, 몇몇 기업은 각자의 이유로 이례적인 배당 행보에 나섰다. 올해도 이들이 고배당 전략을 이어나갈지가 관심거리다.
전통주 제조업체 국순당은 2018년 결산 보고서 발표 직후인 지난해 3월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도 주당 260원(총 45억8377만원)을 배당했다. 2010년 이후 가장 많은 배당액이었다.
당시 주가 기준 배당수익률(주당 배당금/주가)로는 6%에 달했다. 국순당은 2015~2018년 4년 연속 영업손실을 봤다. 2019년에도 영업적자를 내 오는 3월 증시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있다.
실적이 이처럼 부진한 데도 국순당이 고배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금융자산 덕분이었다. 국순당은 대표 제품인 ‘백세주’ 매출이 저조한 와중에 벤처캐피털(VC) 펀드 등에서 거액의 수익을 냈다.
2018년 말엔 현금성 자산이 200억원에 달했다. 유동·비유동 금융자산은 630억원, 매년 4억~5억원을 창출하는 투자부동산이 90억원에 육박했다.
국순당은 투자 및 이자수익을 배당 재원으로 쓸 수 있었다. 작년에도 일부 펀드에서 손실을 보긴 했지만 여전히 시가총액 대비 자산 비율이 높은 자산주로 꼽힌다.
오너 일가의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적자에도 대규모 배당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곳도 있다. 천일고속은 지난해 2018년 결산배당 이외에도 세 차례에 걸쳐 분기배당을 했다.
2018년 결산배당으로는 배당수익률 5%에 해당하는 주당 4000원을, 분기별로는 주당 1000원씩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최근 4년 동안 매년 100억~200억원씩 배당했다.
천일고속은 원가 상승과 이용객 감소로 20억~30억원대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순이익도 2018년 적자로 돌아섰다.
이런데도 거액의 배당금 지급을 고수하는 것은 400억원에 달하는 대주주 일가의 상속세 납부를 위해서라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2014년까지 일절 배당을 하지 않던 이 회사는 2015년 창업주인 박남수 회장이 별세한 뒤 적극적인 배당에 나섰다.
증권업계에선 천일고속이 올해는 고배당 전략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당 재원이 고갈된 데다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원이 어느 정도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2019년 결산배당으로 주당 200원(총 121억9019만원)을 지급한다고 최근 공시한 부광약품은 배당을 대주주 일가의 경영 승계를 위한 ‘실탄’으로 쓰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부광약품은 지난해 3분기에 132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연간으로도 순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광약품은 작년 말에도 주당 0.05주씩을 배당했다. 부광약품은 2018년 김동연 회장이 아들 김상훈 대표에게 400만 주를 증여하면서 경영권 승계를 본격화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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