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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샌드박스 '4년 족쇄'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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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샌드박스 적용 기업이 최장 4년인 규제 유예기간 이후에도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

국무조정실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은 23일 이 같은 내용의 규제 샌드박스 보완책을 발표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기업이 신제품이나 신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제도다. 임시허가와 실증특례 두 가지 유형이 있다. 대상 기업으로 선정되면 최장 4년간(1회 연장, 2년+2년) 관련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다.

기업들은 ‘최장 4년’이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해왔다. 규제 관련 법령이 개정되지 않으면 4년 이후 사업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어 연구개발(R&D) 등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벤처캐피털 등이 사업 중단 등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를 꺼리는 일도 많았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임시허가 개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계류 중이다. 유예기간 내 사업허가의 근거가 되는 법령이 정비되지 않으면 정비가 완료될 때까지 유예기간을 연장해주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실증특례에 대해서도 안정성이 입증된 경우에 한해 규제 유예 적용기한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위쿡' 입주한 식음료 스타트업 511社…방 뺄 걱정없이 사업한다

공유주방 브랜드 ‘위쿡’으로 유명한 심플프로젝트컴퍼니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이 회사는 사업중단 위기에 내몰렸다. 식품사업자로 영업신고를 하려면 독자적인 주방시설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법령에 발이 묶였다. 다행히 지난해 7월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 대상 기업으로 선정되면서 2년간 규제를 유예받았다.


사업 불확실성 없애겠다는데…

심플프로젝트컴퍼니의 고민은 실증특례 시한이 만료되는 내년 7월이다. 적용 기간 연장에 실패하면 지금의 사업모델을 폐기해야 한다. 2년의 유예를 더 받는다고 하더라도 끝이 아니다. 2023년 7월엔 ‘최장 4년’인 규제 유예 기간이 모두 끝난다. 현행법에 따르면 실증특례 연장은 한 번만 가능하다.

김기웅 심플프로젝트컴퍼니 대표는 “위쿡에 입주한 식음료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만 511개에 달한다”며 “공유주방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음식료 업계의 공통된 트렌드라는 점을 식품의약품안전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적극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3일 규제 샌드박스의 약점으로 지적돼온 ‘4년 족쇄’를 풀겠다고 선언했다. 계획대로 법 개정이 이뤄지면 심플프로젝트컴퍼니와 같은 기업들의 고민이 사라진다. 규제 유예 기간이 끝날 때까지 법 개정이 되지 않으면 임시허가, 실증특례 기간을 자동으로 연장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일각에선 이번 법안의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 적용 이후 불확실성 탓에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리던 기업들이 한국 시장으로 되돌아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배달 오토바이 뒤쪽에 설치된 배달통에 디지털 광고를 붙이는 사업을 하고 있는 뉴코애드윈드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장민우 뉴코애드윈드 대표는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베트남, 미국, 일본 등에서 합작법인 설립을 논의하고 있었다”며 “4년 기한 제한이 사라지면 국내 시장을 먼저 공략하는 방향으로 사업전략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캐피털(VC)들도 정부의 개선안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업 중단 리스크가 없어지면 해당 스타트업의 가치를 다시 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VC인 ‘TBT’에서 모빌리티(운송수단) 투자를 담당하는 김동욱 이사는 “샌드박스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업체들에 벤처자금이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도 업계는 반신반의

정부는 이날 규제 샌드박스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선(先) 적극행정, 후(後) 규제 샌드박스’ 원칙도 내세웠다. 이해관계가 첨예해 특례심의위원회에서 해결하기 어려웠던 과제들을 각 부처 단위 갈등조정위원회에서 해결토록 하겠다는 게 골자다.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이슈는 4차 산업혁명위원회의 ‘규제·제도혁신 해커톤’과 연계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업계에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기존 산업을 위협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무장한 스타트업 대부분이 특례심의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전례 때문이다.

택시로 소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한 스타트업 딜리버리T가 그런 사례다. 이 회사는 신규 서비스의 근거 법령이 없거나 모호하다고 판단해 지난해 규제 샌드박스 임시허가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화물연대 등 기존 산업 이해관계자가 강력히 반대하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마저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서다. 현재 딜리버리T는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있다.

택시업계의 반발로 영업 금지를 명시한 법안까지 등장한 ‘타다’도 마찬가지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우회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국토부가 손사래를 치고 있다. 파급효과가 커 규제 샌드박스로 처리할 사안이 아니란 게 정부의 입장이다.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현행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데도 정부의 보수적 의견 개진으로 사업 추진이 어려운 사례가 수두룩하다”며 “공무원들의 적극행정을 이행토록 하는 보다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설리/송형석/김남영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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