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좌파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과 중도 좌파 민주당의 연립정부가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집권당인 오성운동이 분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성운동에서는 최근 소속 의원 20여 명이 무더기로 탈당한 데 이어 루이지 디마이오 당 대표(사진)마저 돌연 사임했다.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안사통신에 따르면 디마이오 오성운동 당 대표 겸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당내 연설을 통해 사임을 발표했다. 그는 “지금은 한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며 “내 후임자가 오성운동을 재창당해 올바른 미래로 이끌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오성운동은 오는 3월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할 때까지 비토 크리미 상원의원이 임시 대표를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디마이오는 2013년 27세의 젊은 나이로 하원에 입성해 4년 뒤인 2017년 오성운동 대표에 오른 이탈리아 정치계의 입지전적 인물이다. 디마이오가 당권을 잡은 직후인 2018년 3월 총선에서 오성운동은 33%의 득표율을 기록해 창당 9년 만에 이탈리아 집권당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이후 오성운동은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탈리아의 높은 국가부채 문제로 각종 복지와 인프라 확충 등 공약 이행에 실패하면서다.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37.3%를 기록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그리스(181.2%)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오성운동 지지율은 현재 2018년의 절반 수준인 15%까지 추락했다.
최근 들어서는 오성운동이 기존 정당들과 별다른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비판이 당 안에서 제기됐다.
오성운동과 민주당의 연정 지속 여부도 불확실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두 정당은 지난해 9월 디마이오 주도로 가까스로 연정을 수립하는 데 성공했다. 이탈리아 정계에선 민주당이 사활을 걸고 있는 오는 26일 에밀리아로마냐주(州) 지방선거에서의 성패를 연정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보고 있다. 에밀리아로마냐 지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줄곧 좌파가 우위를 보여 왔는데, 최근 우파연합이 급부상하며 판세를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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