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보유세 부담 증가에도 시장에 나올 매물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동자금 증가, 서울 공급 부족 등 집값 상승 요인이 많아 집주인들이 ‘팔기’보다 ‘버티기’에 나설 것이란 이유에서다. 보유세 인상분이 전·월세 세입자에게 전가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유세 인상 규모만큼이나 시장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시중에 유동자금이 넘쳐 집값 상승 기대가 큰 만큼 집주인이 집을 팔지 않고 안고 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집값이 더 올라갈 것이란 분위기에서는 보유세를 높인다고 해도 매도를 결심할 집주인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거운 양도소득세도 ‘매물 잠김’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에서 2년 미만 보유 주택에 대해 1년 미만은 40%에서 50%로, 1~2년은 기본세율을 40%로 인상하기로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집값이 크게 올라서 팔 생각을 하더라도 높은 양도세 탓에 집주인들이 시장에 선뜻 매물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3주택 이상 보유자는 일부 매물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주택 수가 많을수록 보유세 부담이 급격히 커지는 탓이다. 정부 규제로 사업 속도가 늦은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매물이 늘 것이란 설명이다. 이상우 대표는 “시공사 선정이 유찰된 곳이나 사업 초기 단계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매물이 조금씩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세금을 줄이기 위한 증여나 임대료 전가 등 부작용도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증여 등을 통해 명의를 분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급이 부족한 다가구주택 밀집 지역에선 보유세 인상분을 세입자 임대료에 전거하거나 전세를 보증부 월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인상만 고집할 게 아니라 거래세를 낮춰 ‘거래 절벽’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표준단독주택에 이어 이르면 3월 중순 아파트 등의 공시가격을 공개할 예정이다.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에 따라 정부는 시세 9억원 이상 아파트의 공시가격을 집중적으로 올릴 계획이다. 김 교수는 “거래세 인하가 지방세수 감소로 이어진다는 이유로 그동안 논의가 적었다”며 “거래세를 낮춰 거래량을 늘리지 않으면 주택 가격이 지속해서 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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