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4층 남짓의 점포겸용 주택이 모여 ‘위례 카페골목’으로 불리는 경기 성남 위례신도시 위례서일로. 28일 찾아간 이곳은 인적을 찾기 힘들었다. 대로와 맞닿은 점포는 대부분 상가가 들어서 있지만 안쪽 골목은 곳곳에 ‘임대 문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1층 상가 네 곳이 연이어 비어 있고, 전망이 훌륭한 창곡천수변공원과 마주한 상가 중 세 곳도 주인을 찾고 있었다. 창곡동 A공인 관계자는 “연 10%대 수익률을 기대하고 건물주들이 비싸게 용지를 매입해 건물을 올렸지만 경기 불황으로 임차인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손실이 막대하다”고 전했다.
수익형 부동산으로 인기를 모았던 점포겸용 단독주택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이 크게 늘어난 데다 상가 개발이 넘쳐나면서 좀처럼 맥을 못 추고 있다.
수익률 하락…10%→2%점포겸용 단독주택은 소유주가 4층에 거주하면서 1층 상가와 2, 3층 주택을 임대해 수익을 낼 수 있어 지난 10년간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에 인기를 끌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2015년 제주 삼화지구에서 공급한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는 5142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2016년 인천 영종하늘도시 내 토지 청약에서는 한 필지에 9204명이 몰리며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 사상 최고 경쟁률을 갈아치웠다.
위례신도시 점포겸용 주택 용지도 2012년 입찰 당시 경쟁률이 수천 대 1에 달했다. 입찰 후 웃돈(프리미엄)도 4억원까지 붙었다. 하지만 인근 아파트 단지 내 상가가 입주를 시작하면서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주택가 상권이 악화되고 있다. 창곡동의 D공인 관계자는 “이곳 상가들은 아파트 상가보다 먼저 자리잡아 상가 입주율과 이용률이 높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임차인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료도 내리는 추세다. J공인 관계자는 “공실 상가는 임차인이 원하는 대로 임대료 협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1층 점포 월세는 지난 2년 새 3.3㎡당 10만원에서 8만원으로 조정됐다. 2년 전 350만~400만원에 달했던 전용면적 66㎡ 규모의 상가 월세는 150만~180만원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위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공실률보다 수익률 하락이 더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현재 점포겸용 주택의 수익률은 연 2.3~2.5%다. 2012년 분양 당시만 해도 업계의 예상 수익률이 연 10%를 넘었던 것에 비하면 대폭 하락했다.
평택 고덕신도시 이주자택지 내에서도 점포겸용 주택이 완공된 지 몇 개월이 지나도록 공실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고덕신도시 K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2월 건물 대부분이 준공됐지만 여전히 공실이 있다”며 “주변 아파트 상가도 휑하고, 건물주가 직접 영업하는 게 아니면 세입자 찾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토지 분양 시 인기가 높았던 화성 동탄신도시 점포겸용 주택도 지난해부터 경매시장에서 매물로 종종 등장하고 있다. 경매업계 관계자는 “초기 임차는 맞췄지만 저렴한 임대료를 높이지 못하고,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건물주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차인 외면에 세 부담도 급증부동산 전문가들은 경기 불황으로 신도시 상가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점포겸용 주택도 타격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매출이 많아지면서 점포겸용 주택에 들어설 수 있는 소점포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점포겸용 주택에 낀 거품이 빠지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있다. 상권분석 전문가인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는 “오를 때는 지역 상가 시세에 따라 점포겸용 주택도 가격이 같이 상승하지만 영업 환경이 나빠지면 지역 내 1급 입지만 장사가 잘된다”며 “상가는 입지가 중요한데 외곽의 점포겸용 주택을 비싸게 사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2년부터는 거래가가 9억원 넘는 고가 겸용 주택도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한다. 그동안 한 가구가 한 개 건물을 소유하며 해당 건물 주택 부분의 연면적이 상가 등 그 외 면적보다 클 경우, 전체를 주택으로 보고 1가구 1주택 비과세 및 장기특별보유공제 혜택을 줬다. 그러나 앞으로는 주택으로 쓰이는 부분에 대해서만 비과세가 적용되고 그 외 상가 등에는 세금이 매겨진다. 고 교수는 “점포겸용 주택의 세 부담이 많게는 열 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윤아영/최다은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