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들은 자리를 지키고, 차관들은 자리를 뜨고….”
오는 4월 15일 치러지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현 정부 차관급 출신 인사가 대거 출사표를 던졌다. 김용진 전 기획재정부 2차관, 김경욱 전 국토교통부 2차관, 강준석 전 해양수산부 차관, 김영문 전 관세청장 등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금배지’를 달기 위해 도전한다. 검사 출신인 김 전 청장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정통 관료 출신이다.
차관급과 달리 현 정부 관료 출신 장관 중에는 이번 총선에 나서는 인사가 한 명도 없다. 총선 출마자 공직사퇴 법정시한(지난 16일)이 지났지만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등 관료 출신 경제장관이 모두 자리를 지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현역 의원인 경제부처 장관들도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개호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영춘 전 해수부 장관 등이 출마를 준비 중이지만 이들은 관료가 아니라 정치인 출신으로 지난해 초중반에 사퇴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경제부처 장관을 대거 차출할 것이란 말이 돌았다. ‘여당이 경제에 무지하다’는 이미지를 불식할 것이란 해석에서다. 경제부처의 맏형 격인 기재부 장·차관 출신 의원이 민주당에는 김진표 의원 한 명뿐이지만 자유한국당에는 김광림 의원, 추경호 의원, 송언석 의원 등이 포진해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현 정부가 가장 잘못한 정책으로 ‘경제’가 1순위로 꼽히는 사례가 많았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는 경제부처 장관들이 원내에 진입하면 당정의 가교 역할을 하고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법제화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가 오히려 경제부처 장관들의 출마를 가로막았다는 분석도 있다. 경제성장률, 고용, 수출, 부동산 등 대다수 경제지표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경제부처 장관 출신이 출마할 경우 야당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관료들은 지역에서 기존 정치인만큼 인지도나 인맥이 탄탄하지 않다”며 “경기 하강기에 치러지는 총선이다 보니 ‘경제를 망쳐놓고 금배지를 달려 한다’는 비판에 시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의 ‘청문회 공포증’도 장관 차출을 주저하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회 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이 불거져 낙마한 장관 후보자만 5명이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고 임명된 장관급 고위공직자도 23명에 달한다. 정부 입장에선 현직 장관이 출마하면 새로운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열어야 하는데, 청문회 문턱이 높아지다 보니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 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이 제기돼 오히려 총선 표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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