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한진그룹의 주요 주주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 반도건설의 연대 가능성이 재계에서 제기됐다. 경영권 분쟁 관련 셈법이 더 복잡해진 가운데 3월 주주총회까지 주주 간 합종연횡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과 KCGI·반도건설 측은 지난주 서울 모처에서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에서는 향후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놓인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 간 지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재계에서는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달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반기를 든 상태다. 정기인사 당시 경영 복귀가 이뤄지지 않았고, 대한항공 내 조 전 부사장 측근들이 자리에서 물러난 게 갈등 심화 요인으로 꼽힌다.
조 전 부사장 측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은 "모든 당사자와 협의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 회장과의 화해 가능성, KCGI 등과의 연대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은 셈이다.
한진그룹의 지분율 셈법은 한층 복잡해진 상황이다. 한진칼 지분 6.49%를 보유한 조 전 부사장이 KCGI, 반도건설과 손잡는다면 조 회장에게 위협이 불가피하다.
반도건설은 최근 지분을 8%대(의결권 유효 기준 8.20%)로 확대하면서 경영참가를 선언했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추가 지분 확대 의사를 밝힌 만큼 반도건설은 3월 주총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전망이다. 반도건설은 17.29%의 지분을 보유한 KCGI와 총수일가의 백기사로 간주되는 델타항공(지분율 10.0%)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반도건설, KCGI와 연대한다면 조 회장에게 위협이 불가피하다.
조 회장은 한진가 지원이 없으면 이사 재선임이 힘들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현재 총수일가의 한진칼 지분율은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과 조 회장(6.52%), 조 전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가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특수관계인의 지분까지 합하면 총 28.94%이나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하면 22.45%로 줄어든다. 델타항공의 지분을 더해야 32.45% 수준이다.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의 지분을 합하면 31.98%에 달해 격차는 1%포인트에도 못 미친다. 이 고문과 조 전무가 조 전 부사장의 손을 들어주면 뒤집히는 수치다.
다만 한진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위협하던 KCGI가 조 전 부사장과 실제 연대할지 여부에 대해 재계는 주목하고 있다. KCGI가 한진그룹의 재무구조나 지배구조의 문제를 꾸준히 지적한 만큼 그동안의 주장과 상반되는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아직 3자 간의 공동 전선 구축이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닌 만큼 당분간 주주 간 합종연횡은 지속될 전망이다. 3월 주총에서 국민연금(4.11%)이 어떤 선택을 할지도 관심사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