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향후 6년간 전기차 등 미래 자동차 연구개발(R&D) 등에 29조원을 쏟아붓는다. 2025년 전기차 라인업을 11종으로 늘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6.6%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안정된 수익성(영업이익률 6%)을 기반으로 미래 투자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미래차 시장에서 선도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연평균 5조원 안팎 투자
박한우 기아차 사장(사진)은 1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데이’에 참석해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중장기 전략 ‘플랜 S’를 발표했다. ‘S’에는 전기차와 모빌리티(이동 수단) 중심으로 회사 체질을 ‘전환(shift)’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기아차가 중장기 전략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래 전략의 핵심은 2025년까지 △6년간 29조원 투자 △전기차 11종 라인업 구축 △전기차 등 친환경차 100만 대 판매(2026년 기준) △영업이익률 6% △세계 시장 전기차 점유율 6.6% 달성 등이다.
박 사장은 “과감하고 선제적인 미래 사업 전환을 통해 혁신 브랜드로 탈바꿈하겠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이날 중장기 투자 전략부터 내놨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29조원을 기존 자동차 및 미래 사업 역량 확보에 투자하기로 했다. 연평균 5조원 안팎 규모다. 전기차 등 신차 개발과 공장 신·증설, 자율주행 등에 투입한다.
대규모 투자 재원은 수익성 강화와 비용 절감 등을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 신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을 앞세워 지난해 3.4%(1~3분기 누적 기준)로 떨어진 영업이익률을 2025년까지 6%로 단계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주주 가치 극대화 등을 위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7.1%(작년 1~3분기 기준)에서 10.6%로 높이겠다는 약속도 했다.
내년 전기차 전용 모델 출시
기아차는 중장기 사업 비전도 제시했다. 초점은 전기차에 맞췄다. 내년 첫 전기차 전용 모델(프로젝트명 CV)을 내놓기로 했다. 이 모델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차량 기본 골격)에서 생산된다. 세단과 SUV의 경계를 허문 크로스오버 디자인을 적용하기로 했다. 한 번 충전해 500㎞ 이상을 달릴 수 있다. 20분 이내 초고속 충전도 가능하다.
이후 세단, SUV, 다목적차량(MPV) 기반의 전기차를 잇달아 출시할 계획이다. 2025년까지 총 11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해 시장 주도권을 쥔다는 구상이다.
기아차는 2025년까지 한국과 북미,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을 작년 말 기준 1.0%에서 12.3%까지 높인다는 전략을 세웠다. 전체 친환경차 판매 비중도 같은 기간 6.0%에서 25.1%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2.1%인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6.6%로 높인다는 목표다. 박 사장은 “2026년에는 중국 외 세계 시장에서 전기차 50만 대를 포함해 친환경차를 100만 대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빌리티 사업과 관련해선 해외 대도시에서 지역 사업자 등과 함께 전기차 충전소, 차량 정비센터, 편의시설 등을 갖춘 ‘모빌리티 허브’를 구축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 로보택시, 수요응답형 로보셔틀 등도 운영할 예정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 전용차, 저상 물류차, 신선식품 배송차 등 맞춤형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개발도 추진한다.
기존 내연기관 기반 차량 판매 전략도 제시했다. 인도에선 레저용 차량(RV)을 중심으로 신차를 투입하고 2022년 30만 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브랜드 전략도 손본다. 소비자가 변화를 공감할 수 있도록 브랜드 정체성(BI), 기업 이미지(CI), 디자인 방향성(DI) 등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올 하반기 구체적 전략을 내놓는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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