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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1기 끝...더 막강해진 2기 구성에 시장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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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1월13일(04:0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여부를 좌우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가 대대적인 개편을 앞두고 있다. 2018년 7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 원칙) 도입으로 탄생한 지 만 1년 반만이다. 경영 참여 목적 주주권행사 가이드라인(지침) 통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 수탁자책임실 신설 등으로 기업에 대한 영향력이 한층 강화된 새 수탁위 구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1기 수탁위 임기 남기고 공식 종료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위는 지난 7일 회의를 끝으로 2018년 7월 설립 이후 이어져온 ‘1기 수탁위’ 활동을 마무리했다. 위원들의 공식 임기는 2년으로 오는 연말까지이지만 수탁위를 새롭게 신설되는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 상근 전문위원 중심으로 개편하는 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어서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의 14명으로 구성됐던 수탁위는 상근 전문위원 3명을 비롯해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위를 구성하는 사용자 단체, 근로자 단체, 지역가입자단체 및 전문연구기관 등에서 추천하는 6명의 전문가 등 총 9명으로 재편된다. 위원들에 보장된 임기가 남아있지만 전체 위원수가 축소되는 등 위원회 구조 전반이 바뀌는만큼 위원 전원을 새롭게 추천 받아 구성할 예정이다.

수탁위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서 기존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해체하고 설립한 외부 독립 기관이다.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 분야에서 공개 중점관리 기업 선정, 공개서한 발송 등 공개 사안에 대한 결정권 뿐 아니라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을 독자적으로 판단해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에 대한 1차적 결정권을 갖고 있어 권한이 막강하다.

기존 수탁위는 기금위 위원의 추천을 받아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촉한 14명(사용자 대표 추천 3명, 근로자 대표 추천 3명, 지역가입자 대표 추천 3명, 연구기관 추천 2명, 정부추천 3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구체적인 기준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새로운 수탁위 역시 사용자, 근로자, 지역가입자 추천으로 임명될 상근 전문위원 3명을 중심으로 남은 6명 역시 기금위 위원 및 자본시장연구원·금융연구원 등 전문연구기관이 추천한 인물로 채워질 전망이다.

◆스튜어드십 본격화에 더 강해진 권한

2기 수탁위는 1기 수탁위에 비해 그 권한이 커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선택에 따른 위험 부담이 커 섣불리 주주권행사에 나서지 못했던 1기와 달리 스튜어드십코드를 뒷받침하는 가이드라인들이 정비된 상황에서 임기를 맞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작년 말 그간 규정 완비가 이뤄지지 않았던 경영 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통과시키며 기업에 대한 경영 참여를 본격화했다. 국민연금에 몰렸던 의결권을 분산시킨다는 명분으로 이뤄진 위탁운용사에 대한 의결권 위임 역시 공동으로 주식을 보유한 기업이나 중점관리사안과 관련된 주주총회 안건은 의결권 위임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민연금이 직접 투자하는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신세계 현대중공업 대한항공 CJ 등 국내 대표 일반 기업과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대형 금융회사는 의결권 위임 대상에서 모두 제외됐다. 의결권 위임 대상 상장기업 지분 가치는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부는 그마저도 배당 부실, 법령상 위반 우려 등 중점관리사안이나, 판단의 자의성이 높은 ‘예상치 못한 우려 사안’에 대해선 수탁위가 의결권 및 주주권행사를 좌우할 수 있게 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위임을 두고 '무늬만' 위임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막강한 권한에도 독립성 책임성 확보는 미흡"

이처럼 큰 권한에도 이들 수탁위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는 전무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수탁위 위원들에 스튜어드십코드에 대한 동의를 사실상 강제하는 내용을 담아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운영규정’을 개정했다. 기금위 위원으로서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행사를 주도했던 이찬진 참여연대 변호사의 제안으로 이뤄진 조치였다. 위원에 대한 최종 임명권은 여전히 보건복지부 장관이 갖고 있다. 이에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9월 국민연금의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에 대한 용역연구에서 “수탁위 구성에 정부와 이해관계자 대표가 간여해 외부 영향력에 취약할 가능성이 있고 권한에 비해 책임성 확보 장치가 미흡하다”며 “위원 선정 방식 변경 및 회의록 공개 등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시장에선 오는 3월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이뤄질 2기 수탁위 위원 선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영 참여 주주권행사에 대한 방향이 명확한 사용자, 근로자 단체를 제외한 지역가입자 단체 및 연구기관 등 ’중간지대‘ 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전체적인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 강도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연기금 전문가는 “이전 수탁위 구성을 보면 연구기관 추천 인사들은 대부분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찬성하는 인사로 이뤄졌다“며 ”위원 선정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수탁위 구성의 편파성은 계속해서 도마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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