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비지고(Bzigo)는 모기 잡는 기기(사진)를 만드는 업체다. ‘사살’까지 책임지지는 않는다. 모기의 동선을 추적해 레이저로 모기가 있는 위치를 알려주는 게 끝이다. 일부 관람객은 웃음을 터트렸지만 이 업체는 진지하다. 모기로 인한 질병이 많은 지역에선 꼭 필요한 제품이란 설명이다. 비지고는 모기의 동선을 정확하게 추적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의 스타트업 전문관 유레카파크엔 22개의 이스라엘 스타트업이 참가했다. 이들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AI다. 비지고를 포함해 제품과 서비스에 AI를 활용했다고 소개한 스타트업만 14개에 달했다.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에 자신의 건강 정보를 입력하면 맞춤형 영양제를 제공하는 기기를 만든 누트리코(Nutricco), 사이버보안 솔루션을 만든 파이어돔(Firedome)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AI 관련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어 현대자동차의 투자를 유치한 알레그로닷에이아이(Allegro.ai)도 있었다.
이들은 이스라엘을 AI 스타트업의 천국이라고 설명했다. 비지고 관계자는 “이스라엘 대학에선 실력 있는 AI 인력이 매년 쏟아져 나온다”며 “인텔,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가 운영하는 연구개발(R&D) 센터도 AI 스타트업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AI 스타트업 지원에 적극적이다. 이스라엘 벤처투자회사 아워크라우드의 데니스 반 아시아 총괄대표는 “통계를 보면 창업가가 많을수록 그 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한다”며 “정부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책임감을 느끼며 초기 지원을 해줬기에 이스라엘 스타트업 군단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했다. 민관이 힘을 합해 조성한 ‘요즈마 펀드’처럼 정부 지원이 혁신의 마중물 역할을 한 사례가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기술 트렌드를 빠르게 따라가는 이스라엘 창업 생태계 고유의 특성이 AI 스타트업 열풍으로 이어졌다는 주장도 있었다. 유레카파크 이스라엘관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AI가 메가 트렌드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한발 빠르게 움직인 기업이 많았다”고 말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영국의 머신러닝 기반 AI 칩 개발 기업 ‘그래프코어(Graphcore)’ 역시 창업자가 이스라엘계다.
라스베이거스=김남영/조수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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