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4분기 출생아 수는 7만 명대로 역대 최소 기록을 경신했다. 합계 출산율도 2018년 0.98명에서 0.88명으로 추락하며 2년 연속 1.0명을 밑돌것 이라는 예상이다.
주거비 부담 등 경제적 요인과 육아맘들에게 비협조적인 근로 환경 등이 출산율 하락에 영향을 미치며 딩크족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일부 가부장적 집안에서는 아직도 '아들 타령', '손주 타령'을 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최근 결혼 2년 차 A 씨는 시부모님과의 '손절' 이른바 '인연끊기'를 선언했다.
A 씨 부부는 결혼 초 아이 하나는 낳고 싶어 임신을 준비했고 결혼 1년 만에 아이를 출산했다.
어린 시절부터 몸이 약했던 A 씨는 임신 중에도 입덧, 체력 저하 등으로 힘들었다. 출산 중 위험한 상황도 있었다. 산모 중환자실까지 가면서 A씨는 어렵게 예쁜 딸을 낳았다.
A 씨는 애초부터 둘째 생각은 없었다. 남편도 아내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곤 더 이상 아이를 낳지 말자고 먼저 얘기했다.
하지만 A 씨는 아기 성별을 알게 된 후 시부모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알고 보니 시부모는 딸인지 아들인지 알 수 없는 아기의 이름을 아들로 무작정 지어놓은 것이었다.
A 씨는 "어머님, 딸 이름 다시 지어주세요"라고 하자 시어머니는 실망한 표정을 지으시면서 "아들 이름 밖에 안 지어놔서 모르겠다"고 하셨다.
연초가 되어 시댁에 인사드리러 갔더니 시어머니는 "둘째 가질 생각 없냐"며 "아들 하나 있어야 나중에 안 외롭다"라고 말했다.
남편은 "둘째 낳으려다 아들 홀아비 되면 좋겠냐"고 A 씨 편을 들었지만 시어머니는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말만을 되풀이했다.
시댁 식구 중 한 분은 "밖에서 하나 낳아 오던가"라는 말을 농담처럼 하기도 했다.
A씨는 "정말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농담이 아닌 진담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더욱 속상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무슨 대단한 집안이라고 이 시대에 대를 잇겠다고 저러시는지 정말 답답하다"면서 "이제 30대 후반이라 체력이 정말 좋지 않다. 딸 하나도 키우기 벅찬데, 둘째를 요구하시니 시댁 식구들과 될 수 있으면 마주치고 싶지 않다"고 울분을 토했다.
네티즌들은 "조선시대도 아니고 2020년이다. 시대착오적인 시댁", "두 번째 임신해 아들 낳는 보장도 없는데 사람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 "그 손자가 누구를 위한 손자인가. 육아부터 교육비까지 책임질 자신 있으신 건지 물어보라", "요즘은 딸 낳는 게 최고"라는 반응을 보이며 함께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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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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