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발생한 호주 산불이 호주 남동부를 황폐화시키고 있다. 과학자들은 덥고 건조한 날씨 때문에 앞으로 산불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상황을 훨씬 더 악화시켰다는 분석이다.
호주 산불은 그동안 서울의 100배가 넘는 면적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24명이 숨졌고 야생동물 5억마리도 희생됐다.
과학자들은 추가 화재의 위험성이 여전히 높다고 말한다. 기상정보업체 어큐웨더의 댄 피디노프스키 선임기상학자는 "호주 남동부는 지난 9월 이후 비정상적으로 건조한 기후가 유지됐으며, 화재 위험이 줄어들 정도로 습도가 높아지려면 몇 주 연속으로 비가 와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비가 오래 오기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으로 분석된다. 현재 여름인 남반구의 태평양에서 태풍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호주 쪽으로 이동하는 사례는 없다.
기상학자들은 이번 산불의 규모와 파괴이 기후 변화로 인해 가중된 자연 재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경고한다.
스테판 람스토프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부원장은 "호주의 산불은 열과 건조한 날씨 때문에 악화됐다"고 말했다.
호주의 기후는 최근 수년간 건조했고 강수량은 이례적으로 적었다. 반대로 기온은 계속 올라 지난해에는 호주 역사상 가장 더웠다.
람스토프 부원장은 "강우량이 비슷했다 하더라도 기온이 높으면 초목과 토양이 빨리 마를 수 밖에 없으며 화재 위험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미국 태평양연구소를 설립한 기후학자 피터 글릭 "호주 산불은 최근 발생한 브라질과 미국 캘리포니아 화재와 매우 비슷하다는 측면에서도 최근 기후변화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규모 산불 때문에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크게 늘어나고, 이 때문에 온난화가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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