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자마자 스타벅스 럭키백을 사려고 나왔습니다. 지난해에는 오전 8시에 매장을 방문했는데 구매에 실패해 올해는 개점시간에 맞춰 왔습니다."대란은 없었지만 영하 3도의 추운 날씨 속 충성고객의 발길은 이어졌다. 9일 오전 7시 스타벅스 숙대입구역점. 해도 뜨기 전이지만 매장이 문을 열자마자 들어선 직장인 임기수 씨는 스타벅스 럭키백을 집어들었다. 임 씨는 "럭키박스를 개봉한 후 필요 없는 물건은 동료에게 선물로 줄 생각"이라며 다시 발길을 재촉했다.
올해도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럭키백 세트를 출시했다. 한경닷컴이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7시까지 서울 을지로입구역 인근 매장 스타벅스 매장 4곳(을지로국제빌딩점·을지로삼화타워점·을지로내외빌딩R점·을지로한국빌딩점)과 숙대입구역 인근 매장 2곳(숙대점·숙대입구점)을 방문한 결과, 개점 전 럭키백 구입을 위해 대기열이 늘어선 매장은 없었다.
담긴 상품이 무엇인지 모른 채 구입하는 럭키백 세트는 2007년부터 선보인 한정판 상품이다. 매해 재고떨이 상술에 불과하다는 일부 소비자들의 불만이 뒤따르지만 충성고객이 몰려 완판되는 인기 상품이다. 지난해에는 출시 5시간 만에 판매 완료됐다.
◆ 1만7000개 한정판 럭키백…대란은 없었다 매장 개점 후에는 럭키백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숙대입구역점의 경우 오전 8시 현재 입고된 12개 중 5개가 팔려나갔다. 매장별로 10~15개 가량의 럭키백이 입고된 만큼 서울 중심가 매장에서는 오전 중 동이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어떤 물건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으니 무게를 비교하며 안의 물건을 예상하는 소비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럭키백 구매 고객은 꾸준히 스타벅스를 이용해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이 많았다.
7잔의 음료를 마시면 다이어리로 교환해주는 '프리퀀시 이벤트'에도 참여했다는 직장인 고진곤 씨(47)는 "재고 마케팅이란 얘기도 있지만 더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하는 셈이니 만족한다"며 럭키백을 구입했다.
일본인 야마다 카츠에(가명·41)씨는 "일본 럭키백은 인터넷으로 신청하고 추첨에 당첨된 사람만 구입할 수 있어서 2016년에도 한국에서 럭키백을 구매한 적이 있다"며 "원하지 않는 상품이 나오더라도 '뽑는 재미'가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7시부터 럭키백 '개봉(언박싱)' 인증샷이 줄을 이었다. 들어있는 상품을 공개하고 지인들과 함께 품평에 나선 모습이다.
◆ 스타벅스, 럭키백 2007년 첫 출시…가격은 2.5배로 올라스타벅스코리아는 2007년 처음으로 럭키백을 선보였고, 올해는 10가지 구성품이 담긴 럭키백 세트 1만7000개를 준비했다.
예년과 같이 들어있는 상품을 모른 채 구매한 후 어떤 구성품이 들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올해 럭키백은 전용 신상품으로 제작한 검정색 소가죽 카드 지갑을 포함해 지난 시즌 출시한 텀블러, 머그, 워터보틀, 머들러, 코스터 등 다양한 상품으로 꾸렸다. 이와 함께 럭키백 구매 시 출력되는 영수증 음료 쿠폰 3매를 현장에서 즉시 제공한다. 1만7000개 중 1000개의 럭키백에는 음료 쿠폰 4매가 추가로 포함돼 최대 7장의 무료 음료쿠폰을 받을 수 있다.
가격이 지난해보다 5000원 올라 6만원대 후반에 진입한 점은 다소 아쉬운 점이다. 올해 출시 가격 6만8000원은 첫 출시 당시 2만8000원의 약 2.5배 수준에 달한다. 들어있는 상품 구성이 달라 단순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가격 진입장벽이 높아진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가격이 꾸준히 인상된데다 매년 반복되는 이벤트인 만큼 열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직장인 박진주씨(32)는 "정가를 고려하면 손해는 아니지만 필요한 상품이 들어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아쉬운 느낌을 받았다"며 "필요 없는 제품을 중고물품 거래 커뮤니티에서 파는 것도 번거로워 올해는 구입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스타벅스 매장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오전 8시께 완판됐는데 올해는 구입 열기가 다소 떨어진 듯한 느낌"이라면서도 "판매 추이에 비춰 오후가 되기 전에는 모두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복불복' 럭키백, 뽑는 재미 '쏠쏠'스타벅스 럭키백은 전용 신제품이 들어 있는데다 연초 소비자들에게 '행운'을 점치는 재미도 더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럭키백은 일본 백화점의 새해맞이 행사인 후쿠부쿠로(福袋·복주머니)에서 유래된 마케팅 기법으로 전해진다.
럭키백은 단순히 재고를 떨이로 판매하기 보다 행운이란 개념을 더해 '복불복' 마케팅으로 발전시켰다. 통상 주머니에 여러 물건을 넣어 운이 좋을 경우 정상가격이 구입가를 훌쩍 넘는 상품을 받을 수 있다. '대박'이 되지 않더라도 통상 구입가 이상의 정가로 구성된 제품이 담겨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느낌을 준다.
무엇이 들어있을지 모르지만 뽑는 재미가 쏠쏠한 만큼 매해 소비자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부터는 SNS에 '인증샷'을 올리며 얘기를 나누는 재미도 더해진다. 이에 과거 스타벅스 럭키백 출시 당시에는 매장 개장 전 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오정민/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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