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씽의 ‘플랜티 큐브(Planty Cube·사진)’는 모듈형 농장이에요. 농업 관련 제품이 CES에 전시된 것도, 혁신상을 받은 것도 처음입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샌즈엑스포홀에서 만난 김혜연 엔씽 대표의 설명이다. 팜테크(농업기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엔씽은 플랜티 큐브로 CES에서 스마트시티 부문 최고 혁신상을 받았다. ‘농업은 전통산업’이란 세간의 선입견을 극복한 드문 사례로 꼽힌다. 세계 최대 전자쇼 CES가 개막한 첫날, 엔씽의 컨테이너 농장 모양을 그대로 따온 부스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엔씽의 플랜티 큐브는 40피트 컨테이너에서 농작물을 키우는 모듈형 농장이다. 수요에 따라 품종과 생산량을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다. 온도와 영양 등을 완벽하게 통제하기 때문에 최대 연 13회까지 농작물 수확이 가능하다. 흙이 아니라 배양액을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김 대표는 플랜티 큐브의 강점이 ‘표준화’와 ‘작물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듈을 연결해 농장 단지를 쉽고 빠르게 구축하고, 확장할 수 있다”며 “시설 규모가 크고 확장이 어려우며, 한 농장에서 한 가지 카테고리 작물만 생산할 수 있는 공장·창고형 수직농장과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플랜티 큐브엔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들어간다. 농장은 큐브 운영체제(OS)가 자동으로 운영한다. OS는 온도·습도·조도·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분석하고 이를 데이터화해 최적의 환경을 조성한다. 원하는 성분과 맛을 의도적으로 조절해 작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칼륨을 다량 섭취하면 위험한 신장질환 환자를 겨냥해 칼륨을 80% 줄인 채소가 대표적인 사례다.
김 대표가 농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우연이었다. 2010년 외삼촌을 따라 우즈베키스탄에 조인트벤처를 세웠다. 비닐하우스 토마토농장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농업은 4차 산업혁명과 무관하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농업에 기회가 있다는 생각은 2012년 한국전자부품연구원의 IoT 플랫폼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더 확실해졌다. 한양대 전자공학과 출신인 김 대표는 이 경험을 토대로 IoT를 접목한 기술을 구체화했다.
엔씽은 올해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중동,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유럽 등 안정적인 먹거리 생산 수요가 있는 여러 국가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아부다비에 국내보다 더 큰 규모의 농장을 만든다”며 “이를 위해 CES에 참여한 팀원 절반이 이틀 뒤 아부다비로 갈 예정”이라고 했다.
라스베이거스=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