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가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활용한 다중·원격 교육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리적으로 서로 떨어져 있는 학생과 교수, 기업의 현장 전문가 등을 동시에 한 수업에 참여하게 하는 강의 플랫폼 ‘텔레프레즌스’를 통해서다. 텔레프레즌스는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실물 크기의 교수와 여러 강의실에 흩어져 있는 학생 사이의 대규모 쌍방향 강의를 가능하게 한 최초의 교육 혁신 모델이다. 올 2학기부터는 전남 목포해양대 학생들도 실시간으로 서울에 있는 한양대 교수의 수업을 듣는다. 김우승 한양대 총장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양질의 강의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공유교육’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공간 제약 극복해 AI 교육 확대
한양대 사범대학 314호 강의실엔 칠판이 없다. 대신 강의실 앞 벽면엔 대형 검은색 화면이 설치돼 있다. 수업이 한창이던 지난달에 찾은 이곳 강의실에선 홀로그램으로 화면 오른편에 떠오른 원영준 정보시스템학과 교수가 화면 중앙에 자료를 띄워놓고 인공지능(AI) 원리를 설명하고 있었다. 화면 왼편엔 다른 강의실에서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원 교수는 또 다른 건물에 설치된 스튜디오에서 3개 강의실 학생들을 화면으로 바라보며 강의했다.
텔레프레즌스는 초고속·초연결·초저지연을 특징으로 하는 5G 기술로 탄생했다. 물리적으로 떨어진 공간에서도 빠른 속도로 영상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신 서비스 덕분에 다중·원격 강의가 가능해진 것이다.
텔레프레즌스는 실시간으로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 온라인 강의와는 차이가 있다. 이날 학생들은 궁금한 점이 생기면 즉각 오픈채팅방에 질문을 올렸고, 스튜디오에 있는 원 교수는 별도 화면에 떠오른 질문을 보고 답하면서 강의를 이어갔다. 물론 육성으로도 소통이 가능하다.
이날 수업을 들은 이상재 화학과 4학년 학생은 “기존 방식의 대형 강의에선 100명 가까운 학우 앞에서 손들고 질문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망설임 없이 질문한다”며 “텔레프레즌스 도입으로 교수님과의 소통이 훨씬 활발해졌다”고 전했다.
한양대가 텔레프레즌스를 도입한 이유는 AI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내용을 가르칠 교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서울과 경기 안산 두 곳에 캠퍼스를 두고 있는 한양대는 가뜩이나 부족한 AI 전문교수들이 두 캠퍼스에 분산돼 있다. 거리가 떨어져 있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해 교수가 어디에 있든 학생들에게 충분한 강의를 제공하기 위해 텔레프레즌스를 고안해 냈다. 김 총장은 “AI 교육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반면 강의할 교수는 소수에 불과하다”며 “텔레프레즌스 강의를 확대하면서 수업의 공간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캠퍼스 안팎을 연결하는 공유교육
교육 현장에 기업과의 협력을 최대한 확대하는 것도 텔레프레즌스 도입의 주된 이유다.
이날 강의엔 2교시부터 한양대와 업무협약(MOU)을 맺은 SK텔레콤의 AI 연구 조직 티브레인(T-Brain) 소속 연구원 두 명이 화면에 등장했다. 이들은 SK텔레콤 본사 회의실에 앉아 화상으로 학생들에게 업계의 AI 소식을 전해주고 원 교수와 질문을 주고받았다.
한양대는 목포해양대와 MOU를 맺고 올 2학기부터 강의를 공유하기로 했다. 목포해양대는 한양대 교수의 AI 관련 강의를 제공받기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점 교류 제도를 활용하면 학점 인정엔 문제가 없다는 게 양측의 설명이다.
한양대 관계자는 “목포해양대 실습선에 텔레프레즌스 장비를 설치해 해양에 나간 학생들에게도 강의를 제공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5G 이동통신의 지역적 한계로 일부 연안에서만 가능할 전망이다.
한양대는 사우디아라비아 일렉트로닉대와 텔레프레즌스 플랫폼 수출 협상을 하고 있다. ‘80만달러+α’로 금액 합의는 사실상 이뤄진 가운데 사우디 정부의 수입 승인만을 기다리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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