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중동 지역에 전운이 고조되면서 세계 주가가 급락했다. 중동 상황이 나빠지면 글로벌 증시는 10%가량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과 달러, 엔화 등의 가치는 오르고 있다.
이란 정부는 5일(현지시간)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정한 우라늄 농축 제한 등 핵프로그램에 대한 규제를 더 이상 지키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핵합의를 탈퇴하고 핵무기 개발에 나서겠다는 선언이다. 이란은 앞서 미국의 공습으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사망하자 미국에 대해 ‘가혹한 보복’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미국이 대응하면 “이스라엘을 가루로 만들겠다”고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미국을 공격하면 ‘신속·완전하고 불균형적’인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비례적 대응이 아니라 불균형적 대응 방침을 밝혀 훨씬 더 큰 응징을 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두 나라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제 유가는 빠르게 치솟고 있다. 이날 브렌트유 가격은 2% 이상 올라 배럴당 70달러 선을 넘어섰다. 4개월 만의 최고치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값도 치솟고 있다. 6일 금 현물 가격은 2.3%가량 상승한 온스당 1588.13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2013년 4월 이후 6년8개월 만의 최고치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2% 가까이 급락했으며 한국 홍콩 대만 등의 주가지수는 1% 안팎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5원 오른 달러당 1172원10전에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16일 이후 처음으로 다시 1170원대에 진입했다.
제이슨 터비 캐피털이코노믹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이란 갈등이 격화하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0.5%를 갉아먹을 것”이라며 “이란 경제가 붕괴하고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군사충돌·核위기 치닫는 美·이란…"전면전 땐 유가 150弗 갈 수도"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일촉즉발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폭살 이후 이란은 군사적 보복에 더해 사실상 핵합의 폐기까지 선언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신속하고 완전하게 그리고 불균형적 방식으로 반격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중동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뛰고,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0.5%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강 대 강으로 치닫는 미국과 이란
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이날 이란핵합의의 우라늄 농축 제한 규정을 전부 지키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란핵합의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우라늄 농축도와 저장한도량, 원심분리기 가동 개수 등을 제한하고 있다. 사실상 핵무기 개발에 나서겠다는 선언이다. 이날 이란 군 최고위급 인사는 미국을 겨냥한 군사행동 가능성도 시사했다. 호세인 데흐건 이란 최고지도자 군사부문 수석보좌관은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란을 직접 공격했으니 이란도 대리전 대신 직접 군사행동으로 보복할 것”이라며 “미국 군사시설을 겨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트위터를 통해 “이란이 미국에 보복하면 신속하고 완전히, 불균형한 방식으로 반격할 것”이라며 “최근 미국은 2조달러 넘는 돈을 들여 군비를 확충했다”고 했다.
양국은 각각 무력 충돌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미국이 최근 중동에 특수전 부대 병력을 추가로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미 국방부가 증파를 발표한 82공수사단 소속 병력과는 별개 부대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 전역의 미사일 부대가 비상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에서도 반미 감정 확산
미국과 이라크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이라크 의회에선 시아파당 의원들이 5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이라크에 주둔하는 미군 등 외국 군대의 철수를 요구하는 안을 찬성 170표 대 반대 0표로 결의했다. CNN은 “이번 결의안은 이라크 총리가 서명해야만 효력이 있다”면서도 “이라크 내 반미 여론이 매우 강하게 확산 중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이라크 외무부는 미군이 자국 영토 내에서 솔레이마니 사령관 제거 작전을 펼친 것은 주권침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강경 발언으로 대응했다. 그는 “이라크가 미국의 철군을 요구할 경우 대(對)이란 제재보다도 강한, 전례없는 수준의 고강도 제재를 가할 것”이라며 “이라크가 수십억달러 공군기지 건설 비용을 갚기 전까지 미군이 떠날 일은 없다”고 밝혔다.
“전쟁 터지면 세계 경제에 충격”
경제 전문가들은 중동에서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터지면 세계 경제에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경제컨설팅 기업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제이슨 터비 선임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이란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면 세계 GDP를 0.5% 갉아먹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 유가는 이미 급등세다. 브렌트유는 긴장이 고조되기 전 배럴당 65달러 안팎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였지만 5일 70달러를 넘어섰다. 작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핵심 석유시설이 피격돼 원유 공급망이 심각한 물리적 타격을 받은 직후 가격(67.68달러)보다도 높다. 유라시아그룹은 “미국과의 갈등으로 이란이 유조선 항행을 방해할 경우 유가가 80달러 선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알렉산더 코줄 라이트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역내에서 전면전이 발생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쟁이 터지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것이며, 이로 인해 세계 석유 공급의 30%가 차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안정락/선한결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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