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시간이 있다. 하나는 연, 월, 일, 시 등 물리적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본인에게 영향을 주고 의미가 있는 주관적인 시간이다. 물리적 시간의 연속선상에서 보면 새해인 1월 1일은 지난해인 12월 31일의 다음날에 불과하다. 하지만 1월 1일이 되면 새로 시작되는 1년이라는 물리적 시간을 더 의미 있게 준비하기 위해 새로운 1년을 계획하고 다짐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새해에는 좀 더 즐거운 시간이 많았으면 한다. 즐거운 시간은 빨리 지나가고 지겨운 시간은 늦게 지나간다. 이만큼 상대성의 원리를 잘 설명하는 것도 없다. 마크 트웨인의 소설 《톰 소여의 모험》에 나오는 페인트 칠 이야기처럼 같은 일이라도 스스로 원해서 할 때 즐거움은 커진다. 그래서 새해에는 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몸과 마음을 움직이려 한다. 몰랐던 것을 배우고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하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고자 한다.
학문(學問)의 한자적 의미는 답을 배우는 게 아니라, 질문을 배우는 것이다.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식 연설에서 ‘늘 갈망하되 우직하게 나아가라(Stay hungry, Stay foolish)’고 했던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겸손하게 인생에 대한 질문을 배우고자 한다. 이를 통해 눈에 보이는 하늘 그 너머에도 무궁무진한 하늘이 있다는 ‘천외유천(天外有天)’의 진리를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한 번뿐인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타이밍’과 ‘우선순위’가 중요하다. 타이밍을 놓친 일은 되돌리기 어렵고, 나중에 할 수 있더라도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쇠는 달궈졌을 때 쳐야 한다. 달궈지지 않았을 때 치면 부러진다. 대학시절 어느 추운 겨울, 남산도서관에서 겪은 일은 아직도 나에게 ‘타이밍’에 대한 교훈을 떠올리게 한다. 식당에 가면 늘 직원이 끓인 물을 준비해 놓았는데, 너무 뜨거워 다들 마시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식는 시간까지 타이밍을 고려해 물을 끓여 놓았다면 적당한 온도의 마시기 좋은 물을 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많은 경우 새로운 자원을 투입하지 않고, 타이밍에 맞게 일의 우선순위만 바꿔도 효용을 높이고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
영어 ‘commencement’는 졸업을 의미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뜻한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의미와도 상통한다. 끝은 새로운 시작과 연결돼 있다. 희망차고 건강하며 의미 있는 새해가 되길 기원한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