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이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하는 행위다. 그런데 사람들 앞에서 언급하려면 왠지 부끄러워진다. 바로 배변 이야기다. 언급하더라도 ‘볼일’ 등 완곡어법으로 표현한다. 《똥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진지하게》는 “우리는 똥에 대해 좀 더 솔직해져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책이다. 똥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고선 위생 문제를 논할 수 없으며, 인류의 평안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미국 시사주간지 더네이션 기자로 활동했던 로즈 조지가 썼다. 저자는 화장실에서 물을 내리고 나면 끝인 줄 알았던 분변의 세계를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한다. 세계 곳곳의 변기부터 공중화장실, 하수도 등 위생 현장을 찾아가 똥에 얽힌 역사와 문화, 현실의 문제를 연구한 결과를 책에 풀어냈다.
저자에 따르면 배변이 은밀한 행위가 된 것은 인구 증가에 따른 사회적 변화가 나타나면서부터다. 이전엔 일반 개인을 위한 위생시설은 존재하지 않았다. 유럽에서 대중 위생시설은 커다란 망토를 걸치고 양동이를 들고 다니던 사람을 의미했다. 사람들은 그들에게 돈을 낸 뒤 양동이를 변기 삼고 망토를 문으로 삼아 배변 활동을 했다. 그러나 도시의 인구 밀도가 높아지면서 변기가 발명되고 화장실이란 사적인 공간이 생겨났다.
공중화장실은 우리가 집 밖에서 가장 사적인 행위를 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사생활이 완벽하게 보호된다고 볼 수는 없다. 플라스틱 칸막이 하나에만 의존할 뿐이다. ‘청각 사생활’까지 보호되지 않는다.
최소한의 배변 공간마저 갖지 못하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 세계 약 20억 명이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기찻길 옆이나 숲속에서 대충 ‘볼일’을 해결한다. 많은 여성이 강간 등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캄캄한 야외에서 숨죽여 용변을 본다. 화장실이 부족한 데 따른 비위생적 환경은 5세 이하 아동의 사망 원인 2위로 지목된다. (하인해 옮김, 카라칼, 480쪽, 1만6800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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